대법원 판례

아동의 권리 보호 강화하고, 호주제 폐지 이후 사회상의 변화 반영해

대법원 2020스575 아동의‘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

대법원(주심 대법관 권순일)은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함으로써, 부(父)가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른바 ‘사랑이 법’)에 의하여 신청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확인’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였음

1. 사안의 내용 및 소송 경과

▣ 사안의 내용

●신청인은 대한민국 국민으로(2013. 6. 5.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함), 중국 국적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음

●사건본인(2018. 9. 8. 출생)은 청주시 소재 병원에서 출생함. 신청인과 사건본인의 모는 바로 사건본인에 대한 출생등록을 시도하였으나, 사건본인의 모가 2009년경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갱신이 불허되었고, 그 후 일본 정부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중국 여권이 아닌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에 출입하였기 때문에 혼인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출생등록이 거부되었음

●신청인은 2015. 5. 18. 신설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에 의한 관할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하기 위하여 가정법원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을 신청함

▣ 관련 법령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①부가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한 때에는 그 신고는 인지의 효력이 있다.

②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

▣ 소송 경과

● 원심(=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신청인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음

-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 이하 ‘이 사건 조항’)은 ‘모의 성명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

- 이 사건은 사건본인의 모가 외국인이지만 출생증명서에 모의 성명, 출생연월일, 국적이 기재되어 있고 그 내용이 출생증명서의 ‘출생아의 모’란의 기재내용과 일치하기 때문에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음

- 「출생신고에 관한 사무처리지침」(제정 2015. 1. 8. 가족관계등록예규 제412호, 이하 ‘이 사건 예규’) 제8조에 의하면, 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모의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하여야 하고, 그 모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등록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모에게 배우자가 없음을 증명하는 공증서면 또는 2명 이상의 인우인의 보증서를 제출하여야 출생신고가 가능한데,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는 이 사건 예규에 정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수리가 거부된 것임

- 그러므로 신청인의 주장은 이유 없음

●신청인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

- 원심은 이 사건 조항의 적용범위를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였음

- 즉, 사건본인의 모는 중국 당국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인하여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지 못하였는바, 이러한 경우도 이 사건 조항이 규정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

2. 대법원의 판단

▣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함

●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함(국적법 제2조 제1항)

●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에 대하여 국가가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거나 그 절차가 복잡하여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려 출생신고를 받아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가 발생한다면 이는 그 아동으로부터 사회적 신분을 취득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아동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임(헌법 제10조)

●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국가가 운영하는 제도를 이용하려면 주민등록과 같은 사회적 신분을 갖추어야 하고, 사회적 신분의 취득은 개인에 대한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함

●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지고, 이러한 권리는 ‘법 앞에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로서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써도 이를 침해할 수 없음(헌법 제37조 제2항)

▣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 ‘이 사건 조항’,

이른바 ‘사랑이법’)의 도입 배경 및 취지

● 이 사건 조항의 도입 배경

- 모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모가 자녀의 출산 후 잠적하여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가 단독으로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없었고, 후견인 지정 신청, 가족관계등록 창설 및 성본 창설, 인지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처야 부자관계가 확정될 수 있음

- 그 결과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출생신고를 못하고 버려지는 사태마저 발생하기에 이르렀음

- 즉,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은 필수적인 예방접종을 받지 못하고,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가 필요한 때에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받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아동수당 등의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며, 취학연령에 이르러도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됨

- 출생기록이 없어, 불법입양, 인신매매 등의 범죄에 노출될 위험도 있음

- 이러한 아이들은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법의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을 수밖에 없음

●이 사건 조항의 취지

- 이 사건 조항은 2015. 5. 18.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를 간소하게 함으로써 출생 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목적으로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되면서 신설됨

- 이로써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됨

- 이 사건 조항의 취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규정하여 아동 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출생신고가 객관적 진실에 부합되도록 함으로써 가족관계등록사무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데 있음

▣ 이 사건 조항의 적용범위

●이 사건 조항에 규정된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라 함은

- ① 문언 그대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모의 인적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② 모의 소재불명, 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③ 이 사건과 같이 모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함

▣ 대법원의 결론 : 파기환송

●사건본인과 신청인에 대한 유전자검사결과 등에 의하면, 사건본인은 신청인의 친딸임을 인정할 수 있음

●사건본인의 모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여권의 효력을 정지당하는 바람에 이 사건 예규 제8조에서 정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지 못하였는데, 이는 위 ③의 경우로서 이 사건 조항의 적용범위에 포함됨

●따라서 신청인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사건본인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부당함

3. 판결의 의의

▣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임

▣ 하급심에서는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 제2항(이 사건 조항)의 적용범위를 좁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본건 대법원 결정에 의하여 미혼부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되었음

대법원 2015므OOOO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사건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박정화)은 2020. 6. 18. 구 인사소송법 등의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제정·시행, 호주제 폐지 등 가족제도의 변화, 신분관계 소송의 특수성, 가족관계 구성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당사자 의사의 존중,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민법 제865조 제1항에서 정한 제소권자로 한정되는데, 원고는 위 조항에서 정한 당연 제소권자가 아니고, ‘이해관계인’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함(대법원 2020. 6. 18. 선고 2015므OOOO 전원합의체 판결).

이러한 다수의견에 대해서 2명(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민유숙)의 별개의견과 3명(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 대법관 노정희)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음.

1. 사안과 쟁점

가. 사안의 내용

▣ 최○○(이하 ‘A’라 함)은 1909. 8. 10. 사망했고, 2010. 8. 15. 건국훈장 4등급 애국장 포상대상자로 결정됨

▣ A의 자녀로는 장남 B, 장녀 C, 차녀 D가 있었는데, 장남인 A와 그 배우자 및 자녀들, 장녀인 C와 그 배우자, 차녀인 D와 그 배우자는 위 포상대상자 결정일 이전에 모두 사망하였음

▣ A의 장녀 C의 자녀인 E(1933. 8. 21.생, 여, A의 손자녀)는 구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2012. 2. 17. 법률 제1133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라 함)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등록 신청을 하였으나, 2011. 11. 30. 광주지방보훈청장이 이를 거부하자 위 유족등록 거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제1심 및 원심에서 모두 승소하였고 대법원에서 2014. 10. 16. 최종 확정되었음

▣ A의 장남 B의 손자인 원고(A의 증손자)는 위와 같은 행정소송을 통해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인정된 E의 어머니인 C가 A의 친생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원고가 독립유공자 유족의 지위를 얻게 된다는 이유로 A와C 사이, F(A의 처)와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각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함

▣ 원심은 원고가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판결을 받더라도 구 독립유공자예우법이 정한 기준에 따른 독립유공자 유족으로 등록될 수 없고 달리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할 이해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적격을 부정하고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음

▣ 이에 대해 원고는 자신이 A와 민법 제777조의 친족관계에 있으므로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이익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상고를 제기함

나. 사건의 쟁점

▣ 이 사건의 쟁점은 원고가 독립유공자인 A와 친족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위와 같은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임

▣ 쟁점 판단을 위해 먼저 민법 제865조에 의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살펴보고,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은 그와 같은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검토가 필요함

2. 관련 법률 규정

가. 구 인사소송법(1961. 12. 6. 법률 제803호로 제정되어 1962. 1. 1.부터 시행되었고 1990. 12. 31. 법률 제4300호로 폐지됨)

▣ 제26조(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

●당사자 및 그 법정대리인 또는 민법 제777조의 규정에 의한 친족은 언제든지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 제35조(준용규정)

●제26조, 제28조, 제29조, 제31조 및 제32조의 규정은 본절(친생자와의 관계)의 규정에 의한 소송에 준용한다.

나. 민법

▣ 제865조(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한 친생관계존부확인의 소) 제1항

●제845조, 제846조,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 제862조, 제86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다른 사유를 원인으로 하여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 제777조(친족의 범위)

●법률상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자에 미친다.

1. 8촌 이내의 혈족

2. 4촌 이내의 인척

3. 배우자

3. 대법원의 판단

가. 다수의견(11명)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라는 신분관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민법 제865조 제1항이 정한 제소권자만 제기할 수 있는데, 이 사건의 원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음 → 상고기각

▣ 민법 제865조 제1항의 규정 형식과 문언 및 체계, 위 조항에 인용된 다른 규정이 정한 소송절차의 특성,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보충성 등을 고려하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자는 위 조항에서 정한 제소권자로 한정됨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음

- 친생자관계의 당사자인 ‘부, 모, 자녀’는 물론 ‘자녀의 직계비속과 그 법정대리인’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당연히 제기할 수 있음(민법 제845조, 제846조, 제862조, 제863조 참조)

- ‘성년후견인, 유언집행자,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은 민법 제848조, 제850조, 제851조가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원고적격이 당연히 있는 것은 아님

- 이해관계인은 민법 제865조 제1항 및 제862조에 따라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 이해관계인은 다른 사람들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일정한 권리를 얻거나 의무를 면하는 등 법률상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로서 상속이나 부양 등에 관한 자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구체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라야 함.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무런 친족관계가 나타나지 않지만 스스로 생부나 생모라고 주장하는 경우에는이해관계인에 해당함

-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원고의 주장과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토대로 원고의 권리나 의무, 법적 지위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 무엇인지 등을 개별적으로 심리하여 판단해야 함

▣ 민법 제777조에서 정한 친족이라는 신분관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당연히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한 종전 대법원 판례는 변경되어야 함

●1962. 1. 1.부터 시행되다가 1990. 12. 31. 폐지된 구 인사소송법은 인(人事)에 관한 소송절차의 특례를 정하면서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 언제든지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명문의 규정(제35조, 제26조)을 두고 있었지만, 1991. 1. 1.부터 시행된 가사소송법에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종전 대법원 판례의 핵심적 근거조항이 사라짐

●우리 민법은 제정 당시부터 호주제를 전제로 한 가족제도를 유지해왔고, 호적부에는 호주와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家)의 일원으로 기재되었으나,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전면적으로 폐지되면서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제도로 재편되고 호적부를 대신한 가족관계등록부에도 개인을 중심으로 가족관계변동사항이 기록되고 있음. 우리 사회의 가족형태도 이미 핵가족화되어 민법 제777조의 친족이 밀접한 신분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법률적, 사회적 근거가 약해짐

●오늘날 가족관계는 혈연관계뿐만 아니라 당사자들의 의사를 기초로 다양하게 형성되므로 이에 관한 당사자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음. 친생자관계의 존부를 다툴 수 있는 제3자의 범위를 넓게 보는 것은 신분질서의 안정을 해치고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제소요건이 엄격한 다른 소송절차를 대신하여 활용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제소기간의 제한도 없으므로, 여기에 더하여 원고적격 범위까지 넓히는 것은 다른 소송절차와 비교하여 균형이 맞지 않고 법령의 제한 등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음

●민법 제865조 제1항은 제3자가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 경우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민법 제777조의 친족에게 일률적으로 원고적격을 부여하지 않더라도, 제3자의 권리나 재판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하지 않음

나. 별개의견(2명)

종전 대법원 판례의 변경에 관한 다수의견에 찬성하나, 친생자관계존부 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 및 이 사건 원고가 제소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함. 다만 이 사건에서 원고적격을 인정하더라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고, 원고만 상고한 이 사건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상고를 기각해야 함 → 상고기각

▣ 구 인사소송법 등이 폐지와 가사소송법의 시행에 따른 법령의 변화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는 오로지 민법 제865조 제1항에 의해서만 규율되게 되었는데, 이를 반영하지 못한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함이 타당함

▣ 종전 대법원 판례변경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다수의견이 제시한 논거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진실한 혈연관계 유무를 확인하는 재판절차로서 친생자관계의 존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

●다수의견과 같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제기권자 범위를 제한하더라도 이들이 다른 소송절차에서 선결문제로 친생자관계의 부존재를 다투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으므로, 제3자가 다른 사람의 가정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실효성이 없음. 오히려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허용하여 신분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종국적으로 해결하고 가족관계등록부의 정확성과 진실성도 확보할 수 있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여부는 직권조사사항인데, 판단기준을 복잡하게 정할수록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 다툼이 없는데도 법원이 직권으로 각하하는 사건이 증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

▣ 다수의견이 민법 제851조의 ‘부(夫) 또는 처(妻)의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친생부인의 소와 마찬가지로 위 조항이 정하는 별도의 요건을 요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는 친생자관계의 당사자뿐만 아니라 제3자에 의한 소제기를 명시적으로 예정하고 있으므로(가사소송법 제24조 제2항, 제28조), 보충적 친생부인의 소제기권자에 관한 민법 제851조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와 어울리지 않음

●자녀의 직계비속이 다른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과의 균형상, 부모(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도 다른 제한 없이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언해석임

▣ 이해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1차적 기준은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과 다른 친생자관계의 등록으로 인하여 자신의 신분관계를 기초로 한법적 지위에 불이익을 받는지 여부가 되어야 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판결을 통해 잘못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을 바로잡아야 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어야 함

●다수의견이 제시한 기준은 신분관계에는 영향이 없으면서 재산적 이해관계만을 갖는 경우(보험금 수익자나 상속인의 채권자 등)까지 확장될 우려가 있어 타당하지 않음

●이해관계인 해당 여부를 엄격하게 보면 가정법원의 심리와 판단의 초점이 ‘혈연관계의 존부’가 아니라, ‘권리의무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으로 옮겨가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이해관계인의 경우 가정법원이 자신의 전문영역이 아닌 각종 행정법령에 규정된 보상기준이나 유족의 범위 등을 심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되어 적절하다고 할 수 없음

▣ A의 증손자로서 직계비속인 원고는 민법 제865조 제1항 및 제851조에 따른 당연 제소권자인 ‘부 또는 처의 직계비속’에 해당하고, 민법 제865조 제1항 및 제862조에서 정한 ‘이해관계인’에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원고적격이 있다고 보아야 함. 다만, 원심은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A, F와 C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판단도 하였으므로, 원고만 상고한 이 사건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상 상고를 기각해야 함

3. 판결의 의의

▣ 대법원 1981. 10. 13. 선고 80므60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약 40년간 대법원은 민법 제777조의 친족(8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이라는 신분관계만 있어도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해왔음

▣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례의 핵심적 근거가 되었던 구 인사소송법이 1990. 12. 31. 폐지되었고,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되고 2008년에는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는 등 가족제도에 관한 법률적, 사회적 상황에 근본적인변화가 발생하였음

▣ 나아가 다양화된 가족관계 형성에 관한 당사자 의사를 존중할 필요나 법적 친생자관계의 성립이나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소송절차와의 균형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77조의 친족에게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을 일률적으로 인정하였던 종전 대법원 판례는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려움

▣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여러 사정을 반영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고, 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의 원고적격 범위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여 이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하급심 실무의 지침이 되도록 하였다는 데에 의의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