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❶

대화법 –비폭력대화 동영상에서②

꽃보다 대화 <2편>

부모 자녀 살리는 존중 대화법

전문가 내레이션 :

김 병 후 원장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본소 이사

“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지만 마음 같지 않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럼 자녀는 마음을 닫고 대화를 거부해 버릴 수가 있어요. 그때부터 부모 자녀 간에 전쟁이 시작됩니다. 가정폭력사건은 신체적 폭력 외에도 모욕적인 말이나 욕 등 정서적 폭력을 수반하는데, 부모가 자녀에 대해 가하는 폭력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2015년-2019년 가정폭력상담통계]

전체 폭력사건 중 부모에 의한 자녀폭력이 차지하는 비율 점차 증가

2015년 12.7%, 2016년 19.9%, 2017년 18.8%, 2018년 11.8%, 2019년 9.2%

[여성가족부 2019 가정폭력실태조사 연구]

부모에 의한 자녀폭력 신체적 학대 11.3%, 정서적 폭력 24%

“가정폭력 문제로 상담 받는 부모와 자녀 모두, 상처 주지 않고, 또 상처 받지 않으면서 대화하고 싶은 욕구가 높습니다. 부모 자녀 간에도 상처 주는 대화 대신 존중하는 대화가 필요합니다.”

“퇴근하고 집에 온 엄마가 딸의 방문을 열었는데 딸이 교복을 입은 채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 엄마 (딸 방문 열며 소리친다) 야! 집에 와서 지금까지 핸드폰만 하고 있는 거야? 저녁마다 그러고 있는 걸 보니까 엄마도 짜증난다.

● 딸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다가 화가 나서 벌떡 일어나) 왜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 내 방에서 나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 엄마 알아서 하는 게 그거냐? 맨날 폰으로 게임이나 하고 유튜브나 보면서… 숙제 안 할 거야?

● 딸 싫어! 엄마 일이나 해! 신경 끄라고!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버리는)

● 엄마 으이구, 내가 못 살겠다. (문 쾅 닫고 나가는)

“아주 흔한 상황이죠? 부모와 자녀 간에 가장 중요한 욕구는 존중과 협력입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대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부모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자녀한테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하면서, 비판하고 비난하고 상처 주는 표현을 많이 하곤 하는데요, 부모 자녀 간에도 협력하며 ‘존중하는 대화’를 하려면 꾸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오랜 기간의 상담 경험을 통해서 갈등상황에서 ‘비폭력대화’ 훈련을 한 것이 가족관계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 는 타인과 자연스러운 유대관계를 맺는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대화 방법으로, 마셜 로젠버그 박사가 고안하였다.

부모 자녀 간 서로 존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화법, 비폭력대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대화법 훈련

“조금 전 사례에서 엄마가 딸에게 비폭력 대화로 말하려면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로 ‘솔직하게 말하면’ 됩니다.”

[관찰] ● 엄마 (딸 방문 열며 딸과 방을 둘러본다)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우리 딸은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만 보고 있네.

[느낌] 엄마는 답답하고 짜증이 난다.

[욕구] 엄마는 일상적인 일들이 순조롭고 질서 있게 진행되면 좋겠어. 그러면 엄마도 안심이 되고 마음이 가벼워지거든. 그리고 네 공부나 숙제도 잘 챙겨주고 싶어.

[부탁] 네가 할 일을 먼저 해놓고 엄마와 얘기도 하면서 충분히 쉬었으면 해. 엄마 말이 어때?

● 딸 … (일어나며) 교복부터 갈아입고 숙제할게요.

“부모가 자녀와 맺어야 할 협력관계는 자녀에게 좋은 결과를 위해서 자녀와 함께 계속 좋은 방법을 찾아나가고 싶다고 의사 표현을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진정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비폭력대화로 말을 했는데, 아이가 싫어! 라고 말한다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될까요?”

“자녀가 부모에게 ‘싫어’ 라고 말할 때는 자녀가 어떤 욕구 때문에 그랬는지에 초점을 맞춰봅니다. 그것을 찾아내어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표현해준다면 대화의 물꼬를 트고 깊은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엄마의 말을 거부한 딸의 마음은 어떨까요?”

[느낌] ● 딸 엄마, 저는 피곤하고, 성가시고, 화가 나요.

[욕구] 좀 더 쉬고 싶어요. [재미, 즐거움]

엄마가 혼내지 않기를 바라요. [안전, 편안, 이해 받고 싶음]

“엄마가 딸의 이런 마음을 이해하면 자녀의 도전과 행동도 이해할 수 있고, 자녀의 말을 들어 주는 것에 대해 두려움 없이 비폭력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 엄마 엄마는 네가 할 일을 먼저 해놓고 엄마와 얘기도 하면서 충분히 쉬었으면 좋겠어. 엄마 말이 어때?

● 딸 지금 숙제하기 싫어!

● 엄마 많이 피곤하니? 좀 쉬고 싶어? 숙제는 네가 알아서 한다는걸 엄마가 믿어줬으면 하는 거야?

● 딸 … 응.

“엄마가 비폭력대화로 딸의 말을 공감으로 들어주면 딸은 엄마가 나를 이해하고 존중해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부탁 대신에 강요를 하기 때문입니다. 부탁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부탁을 하지 않는 이유는 거절 당할까봐 혹은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지요. 부탁을 잘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부탁할 때는 네 가지를 기억하면 됩니다.”

“첫째, 구체적으로 부탁합니다.”

● 엄마 “학교 가서 잘해.”

“뭘 잘하라는 건지 막연하죠?”

“교실에 들어가면 선생님께 안녕하세요라고 말해.”

“네. 훨씬 구체적입니다.”

“둘째, 긍정적으로 부탁합니다.”

● 딸 “엄마, 저 보리밥 먹기 싫어요.”

“이렇게 싫다는 부정적 표현 대신에”

“엄마, 저 돈까스 먹고 싶어요.”

“긍정적 표현으로 부탁합니다.”

“셋째, 권유나 질문 형태로 부탁합니다.”

● 엄마 “물 한 컵만 가져 와.”

“이렇게 명령하는 대신에”

“물 한 컵만 갖다 줄 수 있을까?”

“권유나 질문 형태로 부탁합니다.”

“넷째, 욕구에 기반해 부탁 합니다.”

● 엄마 “네 방 좀 치워라.”

“이렇게 명령하는 대신에”

“나는 네가 깨끗한 방에서 지내면 엄마 마음도 편안하고 안정될 거 같아. 네 방을 지금 좀 치워줄래?

“이렇게 엄마의 욕구에 기반해 권유로 부탁합니다.”

“다섯째, 부탁한 후에 연결 부탁을 합니다.”

● 엄마 “너는 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연결부탁을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부탁을 해도 들어줄지 말지의 여부는 언제나 자녀에게 달려있습니다. 부탁은 강요가 되면 안 되고,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도 안 됩니다. 만약 거절하면 비난이나 처벌을 할 것이라는 암시적인 말과 표정을 해도 안 되죠. 강요는 거부감과 반발을 일으켜서, 어쩔 수 없이 복종한다 해도 화를 품게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자녀를 존중하는 태도로 협력하려고 한다면 자녀도 같은 방법으로 부모에게 반응할 것입니다. 부모 자녀 간에 존중하는 대화가 가능해지는 거죠.”

“부모와 자녀 사이에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다른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서로 존중받지 못해 상처를 받게 되면 그 슬픔 또한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습니다. 세대가 다른 성인 자녀들과 대화가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습니다. 존중의 대화법으로 바꾸면 달라집니다.

자녀에게 상처받은 부모님 사례를 하나 보겠습니다.“

● 어머니 아들이 최근에 이사를 갔어요. 아들 사는 것도 보고 싶고 김치 담근 것도 갖다 주러 갔더니, 예전에 알고 있던 현관 비밀 번호가 바뀌었어요. 아주 당혹스럽고 서운해서 상처받았어요.

“네. 상처받고 마음이 서운하다면 바로 그때 풀어야 합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사이가 더 나빠져서 더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내가 기분이 몹시 갈등하는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요구하고 싶을 때에도 비폭력대화 4단계를 쓰면 효과적입니다.”

(어머니, 전화기 들고 아들과 통화 중)

[관찰] ● 어머니 아범아. 너희가 새로 이사 간 집도 구경하고 김치도 가져다 주려고 갔더니 현관비밀번호가 예전에 알던 번호가 아니더구나.

[느낌] 내가 아주 당혹스럽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

[욕구] 나는 부모로서 자식에게 존중을 받고 싶단다. 그리고 너희가 잘 사는 모습을 보면서 안심도 되고, 너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구나.

[부탁] 내 말 들어보니 네 생각은 어떠니?

● 아들 비밀번호 바꾼 거 알려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직장도 바뀌고 집도 이사 정리가 안 되어서 정신없어 연락을 못 드렸네요.

“어머니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비폭력대화 4단계로 잘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연결 부탁’을 잘 하셨죠? 자신의 말을 한 후에 마지막에 상대방에게 “내 말이 어떻게 들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런 말이 연결 부탁입니다. 기존 대화방식에 연결부탁만 잘 붙여도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연결 부탁만 붙여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방금 사례는 모자간에 오해를 풀고 화해했지만 어떤 일로 인해 부모 자식 간에 사이가 나빠져서 돌이킬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후회가 될 때 해결 방법은 용서하는 것입니다. 용서도 비폭력대화의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로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 어머니 늦은 나이에 결혼한 아들이 아이를 안 낳겠다고 하니 제가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아들한테 아이 안 낳을 거 명절에도 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들이 명절에 정말 집에 안왔더라구요. 며느리에게 전화했더니 아들이 절대 가지 말자고 해서 못 왔다고 합니다.

“자, 어머니가 정말 화가 많이 나셨을 거 같아요. 먼저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 일을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인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가지게 하는 내 안의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먼저, 어머니의 느낌은 어떨까요?”

● 어머니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말 명절에 안와서 섭섭했다. 하지 만 네가 아이를 안 낳는다고 하니까, 더 나이가 들면 아이 낳기가 힘들 텐데 걱정이 되고, 손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친구들을 보면 아쉬운 마음도 든단다.

“그러셨군요. 그럼 어머니가 이런 느낌이 드는 숨겨진 욕구는 뭘까요?”

● 어머니 아무래도 자식이 있으면 너희 결혼생활이 안정될 것 같고, 그러면 부모로서 안심도 될 것 같아. 자식을 키우면서 부모도 성장하고 보람을 얻는 건데 내 아들도 그렇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나도 손주 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고, 너 키울 땐 사느라고 바빠서 못해줬던 것을 해주고 싶어.

“어머니의 솔직한 욕구를 아들이 듣는다면 이해가 될 것 입니다. 욕구 파악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진정한 용서로 나아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아들 어머니가 그렇게 느끼고 바라시는지 몰랐어요. 요즘 아이 키우기도 힘들고, 부모가 된다는 게 겁이 나요. 하지만 아이 낳는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요.

다음 주에 뵈러 가겠습니다.

“용서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긍정적인 말을 듣기를 원합니다. 위로와 이해, 수용적인 말은 천 냥 빚을 갚을 만큼 아주 큰 힘이 있습니다.”

“가족이라 편하다는 이유로, 또는 가족이니까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대화하다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나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를 충족하고 존중하는 대화를 하지 않으면 상처회복이 잘 안 되지요. 부모 자녀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가 존중하는 대화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녀와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 두 가지는 감사하기와 장점 찾기입니다.”

[부모 자녀 간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 : 감사하기, 장점 찾기]

“시골집에 사시는 어머니가 추운 겨울에 절약한다고 보일러를 자꾸 끄셔서 아들이 걱정이 많나 봅니다.”

● 아들 어머니, 좀 따뜻하게 지내시게 보일러 좀 켜세요.

● 어머니 기름 값이 얼마나 비싼데 자주 틀어. 아주 추운 날 아니면 안 튼다.

● 아들 그러다 감기 걸리시면 약값이 더 들어요.

● 어머니 너희들도 힘들 텐데 용돈 주는 거 아껴 써야지.

“보일러는 수단입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잘 돌보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돌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꼭 보일러가 아니어도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온수매트를 사드려도 되고,용돈을 올려 드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머니도 보일러 끄는 일로 아들과 실랑이하고 있지만 그 밑의 욕구는 절약, 경제적 안정, 아들에게 부담을 덜 지우고 싶다는 배려와, 돈 아껴서 아들을 지원하고 싶다는 마음일 것입니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삶에 대해 감사와 인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모 자녀 간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 : 감사하기, 장점 찾기]

● 어머니 너희들도 힘들 텐데 용돈 주는 거 아껴 써야지.

● 아들 어머니가 그렇게 아끼면서 살아오신 덕분에 저희가 이렇게 편안하게 클 수 있었네요. [고마운 점 찾아보기]

● 어머니 그렇지.

● 아들 경제적으로 부담 안 주려는 어머니께 감사해요.[감사]

이번 겨울에는 전기료 적게 나오는 온수매트 해 드릴게요.

● 어머니 그래, 내 마음을 알아주니 고맙다.[감사]

“가족 간에는 감사와 인정이 익숙지 않지만,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삶에 기여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서 사랑, 감사, 존중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가정을 지키는 존중대화법을 잘 하는 법, 세 가지 팁을 드리겠습니다.”

● 딸 우리 가정 지키는 존중대화법

첫째, 긍정문으로 표현하기!

● 엄마 “딸, 휴일에 서점에 갈까?”

● 딸 “싫어!” 가 아니고, “엄마, 나는 집에서 쉬고 싶어.”

● 어머니 우리 가정 지키는 존중대화법

둘째, 내면의 소리 듣기!

(옆에 앉은 아들 손잡고)

“아들. 엄마는 너에게 가급적 부담 안주고 살고 싶어.”

● 아들 우리 가정 지키는 존중대화법

셋째, 해법보다 공감이 먼저!

(옆의 어머니 손 잡고)

“어머니. 보일러를 안 켜는 이유가 아들에게 경제적 부담 안주려는 마음이셨다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어머니가 부담스러워하는 보일러 대신 따뜻하게 겨울 보내실 다른 방법을 더 찾아보겠습니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꽃보다 더 예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 가족 간에 서로 존중하는 대화입니다. 부모와 자녀 간에 서로 비판하고 비난하며 상처를 주는 대화 대신 서로 협력하고 존중하는 대화로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