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메시지

생명의 근원으로써 가정을 생각하며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누구나 앞뒤 가리지 않고 아이를 구합니다. 아이의 부모와 친분이 있거나,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것입니다. 이것을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했으며 사람을 사람이게 하는 한 가지라고 불렀습니다. 약하고 어린 것을 살피는 마음, 이러한 마음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고 또 지금까지 세대를 이어 생명이 존속되도록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어떻습니까, 길고양이 어미는 어쩌다 먹이가 생기면 아기 고양이들이 다 먹을 때까지 아기들을 지키느라 제 고픈 배는 돌아보지 않습니다. 길 위의 동물들이 이러할진대 사람은 오죽하겠습니까. 자식을 지키려는 마음, 약하고 어린 생명을 먼저 돌보는 마음. 이런 측은지심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는 불행합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마땅한데 그것이 사람을 향한 것이라면 혹시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는 경우라면 이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서 아동학대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는 물론 부모라는 이름 아래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자녀를 학대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까지도 합니다.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백보를 양보해 험한 세상에 자녀들만 남겨둘 수 없다는 부모의 마음이고, 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서 그랬다 하더라도 이런 행위는 근본적으로는 자녀를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방향에서는 부모의 욕망을 자녀에게 투사하여 자녀의 인생을 부모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다른 면에서의 학대라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경우는 부부로써의 삶을 끝냈다고 부모로써의 책임도 지려하지 않는 무책임한 경우도 자녀에 대한 유기와 방임이고 학대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아주 특별하고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이 현재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비극이라고 봅니다.

상담소는 우리 사회의 가정문제를 최일선에서 다루고 있는 가정문제 전문기관으로써 일찍부터 부부의 이혼 그리고 비혼가정에 있어서 자녀 양육의 문제에 집중해 왔습니다. 상담소 역사 초기부터 가족구성원들이 가진 각각의 문제를 살펴 왔으며 특히 양육비에 관해서 본격적으로는 2001년 ‘양육비 이행확보에 대한 실태 및 의식’ 조사를 실시하여 이를 기반으로 ‘이혼가정과 자녀양육, 양육비 제대로 받고 있는가’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혼가정의 양육비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양육비 이행확보에 관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입법은 물론 제대로 된 정책의 수립을 촉구했으며 이것이 2015년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뿐 만 아니라 상담소는 입양과 자녀복리, 자녀양육의 사회적 책임, 친권법, 비혼가정의 문제들을 다각도로 조명하여 문제를 살피고 해결책과 대안을 모색하면서 법제화는 물론 법적, 제도적 보완을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계속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전히 상담소의 양육비 소송구조는 증가추세에 있고,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아동학대, 가족 전체의 극단적 선택이 끊이지 않는 사회의 현실을 보노라니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갈 길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어느 사회에나 있는 일이라고 말하기 전에, 모든 개인에 대한 책임을 사회에 물을 수 없다고 변명하기 전에 과연 현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족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가, 또한 가족 담당 부처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묻고 답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인 비극과 아픔에 분노하고 한탄하기에 앞서, 부모다운 부모가 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교육을 상담소가 다시 시작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혼인관계는 이혼이라는 절차를 거쳐 해소될 수 있습니다. 부부는 돌아서면 타인입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자녀가 있다면 그 자녀와 부자, 부녀 혹은 모자, 모녀로서의 관계는 영원한 것입니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있고 특히 미성년의 자녀에 대해 부모는 더 철저하게 그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부모 자녀 관계에 있어 그 존재만으로도 서로 측은지심의 마음을 갖는 것, 그것이 생명의 근원인 가정을 지키고 사회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곽 배 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