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년을 향해 ㊳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민국 법률구조의 역사

창립 40주년의 해 (1)

- 1996년 5월, 9월 창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

10월 창립 40주년 기념식 개최 등

상담소의 설립자이며 소장이었던 이태영 박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퇴임하고 1995년 2월 상담소는 이사회를 열어 이태영 소장의 후임으로 김흥한 이사를 선임했다. 제2대 소장으로 취임한 김흥한 소장은 취임 이후 약 10개월 동안 상담소의 실태 및 연혁, 사업 내용의 구체적인 파악에 힘썼다. 김소장은 초기에 이태영 전 소장이 해왔던 일을 대과 없이 이어 수행해야 되겠다고 노심초사하였고 그것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후에는 상담소의 조직화, 체계화에 주력하면서 정관을 비롯하여 공적기관으로써 상담소 운영에 필요한 여러 규정들을 신설하고 개정하는 작업도 추진해 나갔다.

상담소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재정문제였다. 국가에서 받는 보조금이 제일 중요한 재원이었고, 여성백인회관 건물 일부를 임대하여 약간의 자체 수입이 있긴 했지만 턱 도 없이 부족했다. 특히 김흥한 소장은 직원들의 봉급 수준을 알고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직원들은 기본적으로 봉사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상담소의 장기적인 존립과 발전을 위해서는 직원들에 대한 적정한 처우가 필요한 시점이었으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상담소는 물론 김흥한 소장에게도 커다란 과제로 다가왔던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상담소의 어려운 형편을 살펴서 필요한 물품과 사무기기를 기증하거나 자금을 지원해 주는 국내외 회원들이 있었기에 상담소는 절약해가며 살림을 꾸려갈 수 있었다.

김흥한 소장은 1996년 새해 메시지에서 상담소 운영의 주요 목표를 구성원의 자발적인 협동, 봉사의 질적 향상, 사무의 능률 극대화, 불합리한 요소의 제거, 필요 인력의 증원, 처우의 점진적 개선, 임직원의 복지 향상 등으로 삼아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갔으며 11월에는 임시총회를 열어 정관 개정과 인사 및 복무규정, 지부에 관한 규정 등을 통과시켰다.

또한 1996년은 상담소가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전쟁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불모의 땅에 법률구조의 씨앗을 뿌렸던 상담소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것이었다. 상담소는 1996년 창립 40주년의 해를 맞이하여 그 발자취를 돌아보고, 현재의 가정문제 전반을 살펴보는 다양한 기념사업들을 준비했다. 먼저 창립 4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있었다. 첫 번째로는 5월 21일에 ‘재혼, 그 또다른 시작’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는 이혼의 증가와 더불어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재혼가정의 실상과 문제를 생각해 보고 그 지향점을 함께 모색해 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어 제2정무장관실의 후원을 받아 9월 11일에는 ‘가정폭력, 그 실상과 대책’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러한 상담소의 움직임들은 1998년의 가정폭력특별법 제정과 시행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재혼가정의 문제도 21세기에 들어선 오늘날까지도 지속적인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