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메시지

가족정책 전담 부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앞날

지난 2004년 7월, 이 지면에 저는 “가족정책 전담 부서의 조속한 출범을 바라며”라는 제목으로 당시 정부혁신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던 여성부 혹은 가족부에 대해 현장에서 바라본 현실을 기반으로 가족정책의 중요성과 전담 부서의 필요성에 대한 절실한 바람을 담아낸 적이 있습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상담소는 이러한 뜻을 여러 차례 청와대에 전한 바도 있습니다.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이를 전신으로 2001년 1월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여성부가 신설되었습니다. 이어 2005년 6월 여성부는 통합적인 가족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기능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여성가족부로 개편되었습니다. 그리고 2008년 다시 여성부로 명칭이 바뀌면서 가족 및 보육정책의 기능은 보건복지부로 이관되었다가 2010년 다시 여성가족부로 돌아오면서 여성의 지위 향상 뿐 아니라 가족정책, 건강가정을 위한 아동, 청소년 복지 및 보호기능까지 수행하게 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성특별위원회의 출범부터 여성부, 여성가족부, 여성부, 여성가족부로 오가는 과정을 지켜보았으며 이는 기대와 우려와 아쉬움과 다시 기대와 아쉬움을 반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2005년은 상담소로서 새로운 회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였지만 그동안 가족 여성의 문제가 다른 부서의 극히 적은 일부분으로 놓여 있던 것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업무로 기능하게 된 여성가족부 설립을 강력히 주장했던 바라 전담 부서의 출범은 우리 사회의 가정, 가족구성원을 생각할 때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기에 상담소의 현실적 과제와 더불어 여성가족부의 출범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반세기를 훌쩍 넘어 창립 70주년을 바라보는 상담소는 문을 열었던 1956년부터 이미 민법상 친족·상속편 통칭 가족법과 관련하여 제정과 개정에 대해 논의를 주도해 왔고 이러한 활동을 창립 이후 지금까지 쉼 없이 지속하면서 1997년의 동성동본 금혼조항 폐지와 2005년의 호주제 폐지까지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가정과 가족구성원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해 온 상담소로서 여성부로 출범한 여성가족부가 2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날에 이르러서까지 존폐를 둘러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경제적 양극화의 심화와 세대, 계층간 갈등의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발전적 논쟁이나 건전한 토론이 아니라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여성, 남성의 갈등이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고 이러한 걱정스러운 상황에 정치권까지 개입하여 정부 부처의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편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 현실에 직면하여 당사자인 여성가족부는 과연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차제에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힘들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졌다면 뜻있는 많은 분들이 여성가족부에 바라고 기대했던 역할과 기능을 충실하게 해낼 수 있도록 그동안 장관을 비롯해 그 안에 몸담아 일한 모든 분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했을 것이고 당연히 그러한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만 결과적으로 여성가족부 존폐론이 대선 공약으로까지 나오고 보니 수 십년 간 여성의 인권신장과 법적 평등, 가족 내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 온 상담소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연 여성가족부가 지난 20여 년 동안 현장에서 바라는 가족과 여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왔는지 지금까지 여성가족부의 이러한 과제와 역할, 기능을 스스로 축소하고 그때그때 국민들이나 언론의 관심을 끄는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는 데에만 급급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 후 이를 통해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현실 그리고 성평등이라는 과제, 올바른 가족정책 등 정공법으로 현실을 타개해 나가며 스스로 위상을 세워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급변하는 사회, 더 빠르게 변화하는 가족 현실, 저출산, 고령화, 일인가구의 급증, 요원한 성평등, 다문화 가정 등 우리 사회의 가정과 가족구성원을 주제로 한 논점은 사회의 모든 과제와 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여성가족부가 감당해야 하는 과제는 깊고 넓습니다. 이러한 논의들은 여성가족부 존폐를 선거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행태를 과감하게 돌파하며 스스로 중심을 잡고 여성, 가족이라는 현실의 과제를 바르게 보려는 데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상담소와 저는 여성가족부가 출범하던 그때 이미 2005년 11월 이 지면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가족정책 마련해야”한다고 진정한 바람을 썼습니다.

현실에 굳건히 발 딛고 구체적인 논의와 고민을 통해 우리는 성평등, 다양한 가족을 위한 맞춤 복리와 같은 이상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의 건투를 빕니다.

곽 배 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