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수습 소감문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실습을 마치고

상담소는 법교육의 일환으로 법학과, 사회복지학과, 법학전문대학원생 등에게 다양한 임상실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본소에서 실무수습을 한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의 소감을 싣는다.

최 준 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3기

상담소 실무수습 과정에 지원했던 이유는 호기심이었습니다. 법률구조와 가사소송 양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저로서는 가사소송을 중심으로 법률구조를 진행하는 상담소의 실무수습 과정에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주간의 실무수습 과정이 끝난 지금, 제가 느끼는 것은 호기심과 같은 가볍고 사사로운 감정이 아닌 경외심과 안타까움과 같은 무거우면서도 양가적인 감정입니다. 제가 그동안 책상에 앉아 읽어왔던 판례와 본소에서 마주한 현실은 그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 시작은 법률구조 서류 검토였습니다. 그 어떤 곳보다 평온해야 할 가정 내에서 사랑하는 가족구성원으로부터 발생한 끔찍한 가정폭력 사건, 약속된 금액조차 지급하지 않는 이혼한 배우자의 재산을, 생존을 위해서 또 자신이 아닌 자녀를 위해서 어떻게든 찾아내야 하는 양육비청구 사건,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의 새로운 부모가 되어주고자 함에도 친권이 없어 제도적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성년후견인 신청사건 등 하나같이 씁쓸한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저를 더욱 씁쓸하게 만드는 것은 법률구조 사건의 특성상 의뢰인의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라는 점, 저희가 검토한 서류는 실제 발생하는 사건 수에 비하면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후 상담소와 서울가정법원 종합민원실에서 이루어진 상담참관은 이러한 현실을 바로 눈앞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 못할 사연을 털어놓는 내담자부터,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꺼낼 때마다 몸을 파르르 떨고 있는 내담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피를 토해내듯 사정을 설명하는 내담자까지…. 법률구조 서류를 검토하며 보아 온 당사자들은 문서가 아닌 현실 속에서 그 누구보다 절박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을 구조하는 것이 상담소의 역할이었습니다. 가사사건의 특성상 누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할 이야기를 상담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위해 소송뿐만이 아니라 다각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백인변호사단과의 협력을 통해 법률구조를 실현하는 것을 수습 기간 내내 지켜보았습니다. 또한 상담소에서는 소송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소송 이후의 삶을 구조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었습니다. 가정폭력피해자 자조모임 ‘라오니모임’을 통해 가정폭력에 의해 삶이 파괴된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고, 가정폭력행위자 대상 교육강좌 ‘둥지교실’을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 중 대부분이 금전적 동기 부여 보다는 신념에 의한 봉사와 헌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경외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류의 평화는 가정의 평화로부터” 이태영 소장님께서 내거신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창립이념입니다. 실무수습 과정에서 소송구조의뢰서, 상담참관 보고서, 소장 등을 작성하고 지도받으며 법률적인 지식을 함양할 수 있었으나, 그보다 크게 배운 것은 바로 이러한 정신이었습니다. 제가 상담소의 실무수습 과정에 지원하기 위해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가족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 개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공간입니다.” 상담소에서 배우고 느낀 바를 잊지 않고 가정의 평화를 지킴으로써 개인의 삶,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원 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13기

2주 동안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이루어진 실무수습은 실무를 익히는 데 결코 넉넉한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현실은 참담했고, 교과서에서 익힌 지식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사와 관련하여 실무에서 어떠한 유형의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고, 어떠한 방식으로 법률구조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데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사건들을 처리해내시는 상담소 상담위원님들의 마음가짐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금전적 유인 또는 사회적 지위에 크게 반응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더라도, 항상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이분들의 업무는 열정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동선에 대한 신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향후 법조인이 되어서 어떠한 일을 하게 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나, 어디에 가서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나만을 생각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주변에도 관심을 갖고 살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가사 분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이번 실무수습은 앞으로 프로보노로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탐구해보는 기회였습니다.

한편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내 가족법동아리의 창립 준비를 위해서도 매우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사와 관련하여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투입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서 준비 중이던 찰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덕분에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논의할 수 있었던 시간은 향후 형성될 네트워크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성년후견인 선임 업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연계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가사에 관심 있는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예비법조인들이 상담소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구조가 자리잡히기를 바랍니다.

이번 실무수습을 통해 상담소에 백인변호사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로 복귀하여 실무수습을 통해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기반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 있는 변호사가 되어, 저 또한 변호사단의 일원이 되어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주간 좋은 기회를 주시어 정말 감사합니다.

박 수 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2주로 예정되어 있던 실무수습이 벌써 끝났습니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인파에 휩쓸리면서 ‘앞으로 2주 동안 어떻게 출퇴근 하나’ 걱정했던 첫날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2주가 금방 지나갔네요.

실무수습 기간에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사례집 ‘어떻게 할까요’를 읽고, 소송구조서류를 읽고 법률구조의뢰서를 작성하고, 상담을 참관하고, 라오니모임과 둥지교실을 참관하고, 사이버상담 답변을 작성하고, 소장을 쓰고 판례를 읽는 과제를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과정 전반적으로 많은 선생님들께서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운영 체계와 상담 방식을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가족법에 대한 지식도 더 쌓였고, 실무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고 내담자와 의뢰인에게 고민거리가 되는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자도 아닌 제3자가 자신의 고민을 듣는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도 기꺼이 참관을 허락해주신 모든 내담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법률적인 지식보다도 더욱 많이 남는 것은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구성원이신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가치관이었습니다. 훌륭하신 분들을 많이 만나 뵙고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런 가치관과 인품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신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후 변호사가 되어 업무를 하게 된 때에도 지표로 삼을 만한 값진 이야기를 해주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존재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알고 있었지만,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존재하는 진정한 의의 그리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존속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무수한 노력에 대해서는 지난 2주를 통해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정작 말씀해주신 선생님들께서는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 했지만 저에게는 정말 감명 깊었던 말씀들을 계속 마음에 품고 지내겠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실무수습생들을 잘 챙겨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시고, 귀중한 경험을 나눠주시고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선생님들 한분 한분께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실무수습 시작 전부터 마지막 날까지 실무수습생 모두를 잘 챙겨주신 박소현 부장님과 조은경 선생님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소한 궁금증까지도 친절하게 답해주신 김민선 변호사님과 박슬기 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의 하계 실습이 저에게는 오랫동안 감사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모든 선생님들께 항상 보람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가족 관련 문제로 힘들어하셨던 분들이 한국가정법률상담소를 통해 부담을 덜고 행복한 날들을 보내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2주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임 하 원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학부시절 가족법 수업을 들은 것을 계기로 법학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가족법에 관심을 갖고 관련 실무수습 기관을 찾아보던 중 마침 본교 법전원에서 한국가정법률상담소와 협약을 맺었기에 운 좋게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상담소와 가정법원에서 내담자의 법률상담을 직접 참관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학교 열람실 안에서 타이머를 올려놓고 빠르게 종이 위의 사실관계를 읽어 어떤 법리를 적용해 어떻게 결론을 내릴까만 고민하던 수험생이었습니다. 상담참관을 하며 제가 그간 행간의 ‘사람’을 읽어내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참관한 상담은 모두 법률상담이었지만 가사사건의 특성상 때로는 내담자가 마음 속 응어리를 털어놓고 위로받는 심리상담의 역할을 겸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가장 확실한 해결방법이 형사고소나 소송이어도 가족이기 때문에 내담자분이 선뜻 이를 요구하지 못하고 합의나 다른 법률절차를 물어오기도 하였고, 상담위원님이 흥분한 내담자를 진정시킨 후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꿰뚫어 보시고는 대안적인 절차를 권하기도 하셨습니다. 감정적으로 격해지기 쉬운 것이 가족 간 문제이기 때문에, 가사사건을 다루는 데 있어 항상 중립을 유지하고 신중하게 임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부장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짧은 2주 동안 몇 차례 상담을 참관하고, 기록을 몇 부 읽어보기만 해도 이입이 되어 슬프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랜 세월 가족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곁에서 도와주셨을 위원님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상담이 한 차례 끝날 때마다 상담위원님들께서 궁금한 점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몇백 번째로 비슷한 가정폭력 사연을 접해도 항상 새롭게 마음이 아프다고 하신 상담위원님의 말씀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팀 과제로 소장과제를 수행하며 수습 동기들과 함께 열띤 토론을 하고 관련 판례를 찾아보며 시너지가 발생하였습니다. 당사자가 누구고 어떤 소를 제기해야 할지 등에 대해 논의하며 수시로 변호사님께 관련 법리에 대해 여쭤보았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셨습니다. 실제 실무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누굴 당사자로 어떤 절차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말씀해주셔서 가사소송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1주 차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라오니 모임‘을 줌으로 참관하였습니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피해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격려하면서 전보다 후련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드라마에서만 보아왔던 이런 모임이 실제로 상당히 효과가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2주 차에는 가정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한 ’둥지교실‘ 강의를 속기하였습니다.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원인과 양상, 그리고 치유방법에 대한 강의와 참여자들의 공감과 반성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으로 고생했던 친구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친구의 가족도 이런 프로그램들을 접하고 활용할 기회가 있었다면 이혼소송이 아닌 더 좋은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모임이 더 많이 활성화되어 접근성이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몇 년 전 학부 때 들었던 가족법 수업이 머릿속에서 가물가물했기 때문에 첫 출근 때 긴장을 많이 하였습니다. 다행히도 박소현 부장님이 주신 상담사례집과 다양한 자료집들을 정독하면서 어느 정도 가족법의 틀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셋째 날부터 사이버 상담 답글을 달고 법률구조의뢰서를 작성하며 관련 법리들이 실제 여러 사안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역할이나마 제가 실무에 개입한다 생각하니 관련 판례와 법리를 더 꼼꼼하게 찾아보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사안은 동기들과 의논해보기도 하였고, 조은경 상담위원님이 수시로 실무수습 톡방에 관련 판례들을 정리해 올려주셔서 더 수월하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답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최종본을 작성하여 제출할 때 느꼈던 보람은 잊지 못할 것입니다.

바쁘심에도 불구하고 부장님과 상담위원님이 수시로 보고서에 대해 꼼꼼하고 자세한 피드백을 해주셨습니다. 글을 수정하고 보충하며 가족법의 다양한 제도와 쟁점들을 차근차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정성으로 지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와 그 구조실무에 관심이 있는 학생으로서, 그 중심에 있는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의 실무수습은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강 경 은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참관한 상담 중에서 청각장애인 내담자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사건만 일 년에 천 건이 넘는 바쁜 상담소에서 청각장애인을 배려하고자 매번 대면해서 정보전달을 하시는 상담위원님을 보고 변호사로서의 자세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였습니다. 나에게는 수많은 사건 중 하나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일생 동안 겪는 가장 큰 일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늘 새기고 살 것을 깨달았습니다.

실무수습 경험 덕분에 가사 사건에서 어떤 유형의 사건이 가장 전형적으로 문제 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가족법을 공부할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학습해야 하는지 길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변호사님이 내 주신 과제를 해결하면서 제가 어느 정도 숙지했다고 생각했던 내용을 사실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고, 법은 항상 꼼꼼하게 다각도로 공부해야 함을 새겼습니다.

상담위원 선생님들께서 항상 바빠 보이셨는데도 불구하고 친절하게 저희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가르쳐 주셨습니다. 먼저 다가와 주신 덕분에 저희가 훨씬 더 편하게 많은 것을 여쭤보고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업무나 학업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실무수습 진행 중 불편한 점이 없도록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점심 식사도 추천해 주신 곳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초기 창립 이념을 가장 잘 수행하고 있는 단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고, 훗날에는 변호사가 되어 이곳에서 봉사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