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년을 향해 ㊹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민국 법률구조의 역사**

상담소 창설자 이태영 전 소장 영면(1)

1998년 12월 17일

1998년 12월 17일, 국내 첫 여성 변호사로 상담소를 창설하여 평생 이웃을 위해 헌신해 온 이태영 소장이 84세를 일기로 봉원동 자택에서 타계하였다.

이태영 소장은 우리나라에서 남녀평등의 기반을 닦은 여성운동의 대모였으며,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인권운동가였다. 또한 서민들에게는 높기만 한 ‘법’의 벽을 허문 사회운동가였다. 선생께서는 상담소를 창설하여 ‘법률구조’ 사업을 이 땅에 처음 시작하여 정착시켰으며, 가정법원 설치를 제안하고 가족법 개정에 평생을 바쳐 왔다.

이렇게 평생에 걸친 인권운동, 여성운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1971년 세계법률구조상, 1975년 막사이사이상, 1982년 유네스코 인권교육상 등을 받았으며 국내에서도 국민훈장 무궁화장, 3·1문화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태영 소장의 빈소에는 1974년 11월 민주구국선언, 3·1민주구국선언 등 민주화 운동과 인권운동 과정에서 깊은 인연을 맺어온 김대중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희호 여사는 분향하며 눈시울을 적셨고, 김 대통령은 조문 후에 “친부모나 누이를 잃은 심정이다.”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빈소에는 정치권과 여성 종교 법조 재야 등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으며, 8천여명의 추모객이 빈소를 찾아 그 뜻을 기렸다.

영결식은 12월 21일 오전 10시 이태영 소장의 모교인 이화여자대학교 김영의홀에서 유족과 각계 인사 7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사회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은 김영운 목사의 집전으로 묵도, 약력 소개, 생전의 육성 녹음 방송, 조사, 조가, 헌화, 축도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위원장인 강원용 목사와 윤후정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김동길 박사가 조사를 했다. 유족은 이후 고인의 영정을 모시고 이화여대를 출발, 이태영 소장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여의도 상담소 앞에서 노제를 지냈다. 노제에서 곽배희 부소장은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상담소를 잘 이끌어 갈 것입니다. 부디 편안히 가시옵소서.”라며 상담소를 대표해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태영 소장의 유해는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국가유공자 제1묘역에 자리한 남편 정일형 박사의 묘 옆에 안장됐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