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메시지

국가와 사회는 모든 가족, 가족구성원에게 최후의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가족 살해 후 자살에 대하여 (1)

지난 6월 전남 완도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의 차량 견인 과정과 실종 직전 숙소에서 찍힌 CCTV 등을 보면서 말로다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입에 담거나 생각하기조차 싫은 사건 사고들이 있는데, 대부분 어린이나 사회적 약자와 관련 있는 강력 사건들입니다. 최근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가족 살해 후 자살’로 많이 쓰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심하게 ‘동반자살’로 일컬어지곤 했던 사건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최근 이 비슷한 언론보도가 잇따르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사회 전반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임을 생각게 하였습니다.

‘가족 살해 후 자살’이나 특히 최근 더욱 빈번하게 느껴지는 ‘자녀 살해 후 자살’ 등은 살해와 자살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극단적인 최악의 폭력이며 학대이고 심각한 범죄이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세상을 떠났고 공식 통계조차 없어 실태 파악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해 알아보려면 관련 논문, 연구자료, 보고서 등을 통해 유추해야 합니다.

경찰 발표를 취합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 살해 후 자살’은 1995년과 1996년에는 각 16, 18건 그리고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과 1998년에는 각 28건과 25건으로 증가하였다가 2000년에는 14건, 2018년에는 20건 그리고 2019년에는 10월까지 17건으로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4년 대한법의학회지에 실린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연구에 의하면 2006년부터 2013년 3월까지 부모의 자녀 살해는 모두 230여 건으로 해마다 30, 40건에 이르고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 가운데 보통 4, 5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자살’입니다. 2021년의 통계를 살펴보면 사망원인으로서 ‘자살’은 순위가 내려가는 추세인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고 특히 10세부터 39세까지의 사망원인으로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 상황이라고 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심리적 부검을 통해 이러한 현황을 이해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각계의 노력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지난 3월 한국심리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국내 살해 후 자살의 현황과 특성』은 국내 '살해 후 자살' 실태를 경찰 수사기록으로 파악한 첫 연구라하여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에 대한 경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발생한 ‘살해 후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269명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자살자의 주원인이 정신건강 문제인 것과는 달리, 이 경우는 경제적 요인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자살사망자 가운데 살해 후 자살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44%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인구 10만 명당 0.11명인 셈입니다. 살해 후 자살사망자는 공식 통계를 집계하는 경우가 드물어 국제 비교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공식 통계를 집계하는 네덜란드는 인구 10만 명당 살해 후 자살사망률은 0.05명이라고 합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에서 ‘살해 후 자살’ 사망률이 꽤 높은 편이라고 연구진은 진단하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네 가지로 살해 후 자살 사건을 구분하였는데 배우자나 애인이 대상인 '동반자 살해', 자녀가 대상인 '자녀 살해', 배우자와 자녀·다른 가족 구성원을 동시에 살해한 경우인 '가족 살해', 피해자가 가족이 아닌 경우 '가족 외 살해'입니다.

5년간 발생한 사건에서 가장 많은 유형은 동반자 살해로 113명이었습니다. 이어 자녀 살해가 82명, 가족 살해가 47명, 가족 외 살해가 27명이라고 합니다. 모든 유형에서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자녀 살해 유형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어머니에 의한 ‘자녀 살해 후 사망’ 사건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동반자 살해 유형은 60대 이상의 고연령대에서 비율이 높았고, 자녀 살해 유형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대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는 돌봄 끝에 살해하고 자살하는 노부부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 끝에 장애인 자녀나 미성년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가족의 경우가 이러한 경우일 것입니다.

이처럼 가족과 관련한 자살 즉 우리 사회에서 존속과 비속을 모두 포함한 가족 살해는 전체 살인사건의 5%를 차지하는데, 영국은 1%, 총기 소유가 합법인 미국은 2% 정도라고 하니 한국이 미국보단 2.5배, 영국보단 5배 높은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사회가 ‘가족 살해 후 자살’ 그리고 ‘자녀 살해 후 자살’에 좀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볼 때가 되었음을 말해 줍니다.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가족’에 대해 깊이 성찰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우리 사회와 국가가 ‘가족’과 ‘가정’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가족과 가정의 미래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떠한 정책을 펼쳐갈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무더위와 여전한 코로나19 팬데믹이지만 이러한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가운데 어느 날, 우리 앞에 좋은 날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 봅니다.

곽 배 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