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창립 68주년 기념 심포지엄 ①

가사소송법 전면개정의 검토과제

- 가사소송법 전면개정을 촉구하며

주제발표

가사소송법 전면개정의 검토과제

김 원 태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 머리말

가사소송법과 가사소송규칙은 제정 시부터 현재까지 34년 동안 십 수차례의 일부개정(법 19차례, 규칙 17차례)이 있었지만, 본격적인 개정은 없었다. 가사소송법의 조문은 총 88개조에 그치는데 반하여 가사소송규칙은 거의 그 2배에 달하는 총 171개조에 이르렀다. 현행 가사소송법은 ①가사사건절차의 기본법 내지는 통일법으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불충분하여 체재를 정비할 필요가 있으며, ②당사자 및 사건본인의 절차보장(특히 미성년자녀의 복리보호)을 확충할 필요가 있으며, ③국민의 법률접근성 확대(to facilitate access to the court) 등 가사사건에 대한 국민인식과 사회상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하여 전면적인 개정이 필수불가결하게 되었다.

아래에서는 현행법을 토대로 폐기된 2022년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전체 제157개조, 이하 ‘폐기안’이라 한다)에서 신설되거나 개정된 내용 중 주요한 것과 추가 신설 또는 수정하여야 할 사항 등을 재검토하기로 한다.

Ⅱ. 총칙 및 가사소송 편

1. 총칙

1) 가사소송법의 기본이념

폐기안은 가사소송법의 목적 조항에서 헌법과 실체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남녀평등’에서 ‘양성의 평등’으로 자구를 수정하고,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여 ‘가정의 평화 및 친족 간에 서로 돕는 미풍양속을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하여’를 ‘미성년 자녀의 복리 보호’로 대체하였다.

가사소송법의 목적은 실체법의 이념을 위하여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실체법이 추구하는 가치(인격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보장 및 미성년 자녀의 복리 보호)를 기본이념으로 하여 가사와 관련한 제도(소송과 비송 및 조정)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폐기안의 문구는 “이 법은 인격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 (보장) 및 미성년 자녀의 복리 (보호)를 기본이념으로 하여 가사에 관한 소송과 비송 및 조정에 관한 절차를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수정하여야 할 것이다(제1안·제2안).

2) 가사사건의 분류 체계 개편

폐기안에서는 가사사건의 분류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편하여 가사소송사건을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과 ‘재산관계 가사소송사건’으로 분류하고, 가사비송사건을 ‘상대방이 없는 가사비송사건’과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으로 분류하고, 그에 해당하는 사건을 별표로 정리하고 근거규정을 명시하였다.

최근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민법 제1004조의 2)의 도입으로 폐기안 [별표 1] 가사소송사건(제4조제1항제1호 관련) 1.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 분류 중 나. ‘부모와 자녀 관계 사건’ 다음에 다. ‘상속관계 사건’의 항목을 신설하고 거기에 ‘상속권 상실 선고’를 추가 신설하여야 할 것이다. 또 폐기안 [별표 2] 상대방이 없는 가사비송사건(제4조제1항제2호가목 관련) 중 8. 상속에 관한 사건의 가.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를 위한 기간의 연장허가 앞에 ‘상속재산의 보존 및 관리를 위한 처분’을 추가 신설하여야 할 것이다. 그 밖에 각 사건의 근거 조문을 현실화(민법 개정 조문 및 대법원 판례 반영 등)할 필요가 있다.

3) 관련 민사사건의 심리와 재판

폐기안은, “지방법원은 제1심에 계속된 가사사건 당사자 사이의 민사사건 중 가사소송사건 또는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 청구에 대한 판단의 전제가 되거나 재판결과가 모순·저촉될 우려가 있어 이와 동시에 해결할 필요성이 있어 이송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관련 민사사건을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소송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가사사건이 계속된 가정법원으로 이송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으로 제안되어 있다(폐기안 6조 제1항).

관련 합의부 민사사건 당사자의 합의부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가사소송사건이 단독사건인 경우에 제6조에 따라 이송된 관련 민사사건이 합의부 관할 사건에 속하는 청구일 때에는 가정법원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결정으로 가사소송사건과 관련 민사사건을 합의부에 이송하여야 한다. 다만, 관련 민사사건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30조의 규정에 따른 관할권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폐기안 제7조 제6항 제2문 본문·단서 신설). 현재로서는 상속회복청구의 소나 유류분반환청구의 소는 가사소송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아 가사사건이 아니다. 가족과 친족 사이의 상속분쟁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이러한 사건도 가정법원의 관장사항으로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4) 미성년자의 진술청취와 절차보조인

폐기안은, “가정법원은 미성년자의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재판을 하는 경우 그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다만, 미성년자가 진술할 수 없거나 미성년자의 진술을 듣는 것이 그의 복리를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폐기안 제20조). 이는 미성년 자녀에게 영향이 있는 가사재판 절차에서 자녀의 진술을 듣도록 하는 규정이다. 가사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경우 이를 배려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녀와 관련된 가사재판 절차에서 중립적인 제3자가 자녀의 의사와 이익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가정법원에 전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폐기안에서는 미성년자를 위한 절차보조인 제도를 신설하는 것으로 하였다(폐기안 제16조).

다만 폐기안에서는 본인 출석주의(제15조) 다음에 미성년자를 위한 절차보조인(제16조)을 규정하고, 사실조사의 촉탁 등(제19조) 다음에 미성년자의 진술 청취(제20조)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보면 ①본인출석주의, ②미성년자의 진술 청취, ③미성년자를 위한 절차보조인, ④사실조사의 촉탁 등 순으로 조문의 위치를 바꾸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5) 절차의 수계

폐기안은 현행 제2편 가사소송 제1장 통칙에 규정되어 있는 소송 절차의 승계에 관한 규정(가사소송법 제16조)을 ‘수계에 관한 특칙’이라는 표제 하에 다른 제소권자의 가사소송절차의 수계에 관한 특칙과 다른 청구권자의 가사비송절차의 수계에 관한 특칙을 하나의 조문으로 구성하여 제1편 총칙에서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21조). 상속인 등의 가사비송사건의 수계에 관하여는 ‘가사비송사건의 수계’라는 표제 하에 제3편 가사비송 제1장 통칙에서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53조).

제1편 총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폐기안 제21조를 분리하여 다른 제소권자의 가사소송절차의 수계에 관한 특칙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제2편 가사소송 제1장 통칙으로 옮겨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속인 등의 가사비송사건의 수계에 관하여는 제53조의 표제를 ‘상속인 등의 수계로’ 바꾸어 규정하고, 다른 청구권자의 가사비송사건의 수계에 관하여는 제3편 가사비송 제1장 통칙으로 옮겨 제53조(상속인 등의 수계) 다음에 다른 제소권자의 가사소송절차의 수계에 관한 특칙을 준용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체계적이다.

2. 가사소송

1) 민사소송법의 적용과 변론주의의 제한 등

폐기안은 “가사소송절차에 관하여 가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법에 따른다.”라는 규정을 제26조(적용 법률) 제1항에서 독립적으로 규정하였다(현행 가사소송법 제12조 본문). 또 변론주의에 관한 규정 적용 배제에 관하여는 제2항에서 규정하고, 처분권주의에 관한 규정 적용 배제에 관하여는 제3항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폐기안에서는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은 다른 가정법원의 토지관할에 전속하는 경우에도 반소를 제기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여 제26조에서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26조 제4항). 제4항은 단순히 가사소송에서의 반소요건으로서의 관할에 관한 특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가사소송절차에의 적용 법률에 관한 제26조에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제27조(관할) 다음에 ‘반소’라는 표제하에 별도의 조문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소송능력

폐기안은 통상의 민사소송에서는 소송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의사능력이 있는 한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의 원고로서 소를 제기하고 그에 따른 제1심 소송행위(반소에 대한 응소를 포함한다)와 항소 또는 항고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28조 제1항). 적극적 당사자로서의 소송능력을 인정한 것은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에서는 당사자의 의사가 특히 중요하고 그 결과 행위능력의 제한을 받는 당사자에게도 소송의 주도권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소극적 당사자로서의 소송능력을 부정한 것은 법정대리인 없이 가사소송의 상대방이 되어 소송을 수행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입을 수 있고 송달 등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폐기안은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이 스스로 원고로서 소의 제기, 그에 따른 제1심 소송행위 및 항소 또는 항고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경우라도 법정대리인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을 대리하여 소송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28조 제4항 제1문). 그런데 폐기안은 이 경우 “법정대리인이 소송행위의 대리를 시작한 때부터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은 소송능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폐기안 28조 제4항 제2문). 이는 본인과 법정대리인 사이의 소송행위로 본인에게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절차가 지연되거나 상대방의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그러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되고 있다.

만약 제한능력자의 소송행위와 법정대리인의 소송행위가 경합하는 경우 직권탐지주의(Findings by the Court)를 취하는 가사소송에서는 변론주의가 제한되므로 제한능력자와 법정대리인의 행위 중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면 족할 것이다. 폐기안 제28조 제4항 제2문과 같은 취지의 규정은 재산관계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법에조차 없는 규정으로 제한능력자에게 소송능력을 부여한 취지가 몰각되므로 이는 삭제하여야 할 것이다(제1안). 별도의 규정이 필요하다면 “가정법원은 제한능력자의 소송행위와 법정대리인의 소송행위가 일치하지 아니할 때는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의 소송행위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두면 될 것이다(제2안).

3) 이해관계인에 대한 소송계속의 통지

폐기안에서는 제3자의 소송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일정한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이 검사를 피고로 하여 제기된 경우에 이해관계인에 대한 소송계속 사실의 통지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다(페기안 제31조). 소송계속의 통지를 요하는 소송은 ①이혼의 무효(제1호), ②이혼의 취소(제2호), ③친생부인(제3호), ④인지청구(제4호), ⑤친생자관계 존부 확인(제5호), ⑥파양의 무효(제7호), ⑦파양의 취소(제7호), ⑧양친자관계 존부 확인(제8호), ⑨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제9호)이다. 통지의 대상이 되는 이해관계인은 위 가족관계 가사소송의 결과에 따라 상속의 순위 또는 상속분이 변경될 수 있는 사람, 그 밖에 신분 및 재산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을 자로서 대법원규칙에서 소의 종류에 따라 정해진 자를 말한다(폐기안 제31조 제1항 본문).

그런데 혼인무효의 소가 제기된 경우 청구가 인용됨으로써 상속권 등 재산관계에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을 자녀에게도 소송계속의 통지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혼인관계 소송의 관할

폐기안은 혼인관계 사건 중 사실상 혼인관계 존부 확인사건을 제외한 혼인의 무효나 취소, 이혼의 무효나 취소 및 재판상 이혼의 소는 부부가 같은 가정법원의 관할 구역 내에 보통재판적이 있을 때에는 그 가정법원을 제1순위 관할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한 규정을 유지하면서(폐기안 제37조 제1호), 혼인관계 소송 중 미성년 자녀의 양육 공백상태를 막기 위하여 부부 중 한 쪽 당사자만이 미성년 자녀 전부 또는 일부와 함께 거주하는 때에는 그들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을 제2순위 관할 가정법원으로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폐기안 제37조 제2호).

그런데 재판상 이혼청구는 상대방 당사자만 소제기권자이며,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한 협의이혼이 허용되는 등 소송물에 관하여 임의처분이 허용되고 있으므로 다른 혼인관계 가사소송과 달리 반드시 전속관할로 할 이유는 없으며, 공익성의 정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임의관할로 하고 합의관할을 인정하는 것이 상당하다(제1안). 여전히 전속관할을 유지하는 것에 합리성이 있다면 엄격하게 각 호의 순서에 따른 가정법원의 전속관할로 정할 것이 아니라 전속관할 중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제2안).

Ⅲ. 가사비송 편

1. 통칙

1) 비송능력

폐기안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의사능력이 있는 사람은 본인의 의사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하는 신분행위에 관한 가사비송사건에서는 비송능력이 있다(폐기안 제50조 제1항 본문). 그럼에도 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또는 피한정후견인(한정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행위만 해당한다)은 재산적 색채가 강한 사건의 경우 법정대리인에 의해서만 비송행위를 할 수 있다(폐기안 제50조 제2항). 그 밖의 가사비송절차에서의 비송능력에 관하여는 가사소송에서의 소송능력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폐기안 제50조 제3항·제28조 제3항부터 제5항까지). 따라서 법정대리인이 비송행위의 대리를 시작한 때부터 제한능력자는 비송능력이 없는 것으로 본다(폐기안 제50조 제3항·제28조 제4항 단서).

법정대리인에 의한 능력의 보충(Supplementation)과 양자의 비송행위의 충돌방지라는 절차행위의 특성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법정대리인의 행위를 우선한다는 입법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미성년자 등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관점에서는 일보후퇴한 입법이다. 가사비송절차에서는 직권탐지주의가 적용되므로 가정법원은 어느 한쪽의 의사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해결하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규정을 삭제(제1안)하고 해석에 맡기든지 아니면 가정법원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는 입법(제2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2) 이해관계인의 참가

이해관계인의 참가에 관한 규정은 소송규칙에서 규율할 소송절차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이 아니라 소송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으로 재판을 받을 권리(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1항)를 보장하기 위하여 법률로 정하여야 할 사항이다. 가사비송사건에서의 이해관계인의 참가에 관한 통칙적인 규정은 현행법이나 폐기안에서도 본법에서 규율하고 있다(가사소송법 제37조, 폐기안 제52조). 또 폐기안에서는 이해관계인의 참가신청과 참가신청에 대한 재판등에 관한 규정도 가사소송규칙에서 본법으로 옮겨 규정하였다(가사소송규칙 제21조·제22조, 폐기안 제52조 제3항부터 제7항까지).

그럼에도 개별 사건에서의 이해관계인의 참가에 관하여 현행법은 가사소송법에서 규정하지 않고, 이를 가사소송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가사소송규칙 제64조·제65조 제2항·제84조 제2항·제89조제1항·제106조). 이는 가사소송규칙에서 가사소송법의 해당 사건 부분으로 옮겨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3) 청구의 취하

폐기안은 가사비송사건의 청구는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1심 종국재판(본안에 대한 종국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취하할 수 있다는 명문규정을 두었다(폐기안 제60조 제1항). 그리고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의 청구는 그 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취하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것으로 제안되어 있다(폐기안 제60조 제2항). 폐기안에 따르면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에 대한 제1심 종국재판이 있은 뒤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청구 취하의 효력이 있다(폐기안 제60조 제2항 단서 제1호·제67조 제1항).

또 폐기안은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 중 재산분할에 관한 처분 사건(별표 3 제1호다목)과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처분 사건(별표 3 제4호나목)은 상대방이 본안에 관한 서면을 제출하거나 심문기일에서 진술한 때에는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야 청구 취하의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하였다(폐기안 제60조 제2항 단서 제2호 가목·나목).

4)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취하

현행법에서는 심판 청구의 취하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은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폐기안은 청구 취하의 자유를 전제로 후견에 관한 사건 등 일정한 사건의 청구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취하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규정을 두었다(폐기안 제61조).

후견 등에 관한 사건에서는 검사와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청구권자로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공익적 성격이 강한 사건이기 때문에 공익성의 관점과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이익보호의 관점에서 청구의 취하가 제한된다고 할 수 있다. 친권의 상실 사건 등에서도 미성년 자녀의 복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청구인적격을 부여하고 있는데(민법 제924조부터 제925조까지, 제926조 등), 이러한 사건의 청구 취하에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5) 심리방법 등

폐기안은 비송사건절차법 제13조의 심문의 비공개에 관한 규정을 계수하여 제3편 가사비송 제1장 통칙 제64조(심문의 비공개)에서 규정하고, 이어 제65조(진술 청취의 방법)를 규정한 다음 제3편 가사비송 제2장 상대방이 없는 가사비송사건 제1절 통칙에서 제79조(심리 방법 등)와 제3장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 제1절 통칙에서 제115조(심리 방법 등)를 각 규정하고 있다.

심문이 가사비송사건의 심리의 대원칙이란 점과 당사자와 관계인의 절차적 기본권으로서의 심문청구권의 보장은 절차보장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79조와 제115조는 조문을 합쳐 통칙에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는 ‘심리 방법’이라는 표제 하에, “가사비송사건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결정 전에 당사자와 관계인을 심문하여야 한다. 다만, 상대방이 없는 가사비송사건의 결정은 이 법과 다른 법률 또는 대법원규칙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사자와 관계인을 심문하지 아니하고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 된다(수정안). 심문청구권에 관한 규정을 이와 같이 통칙에서 규정함으로써 현행법과 폐기안의 취지에는 실질적인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절차보장을 강화한 입법으로 평가될 것이다. 조문의 위치는 당연히 제3편 가사비송, 제1장 통칙에서 심리 방법으로서의 심문, 심문의 비공개, 진술 청취의 방법, 증거조사 등, 재판의 방식 순으로 규정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2. 상대방이 없는 가사비송사건

1) 상속에 관한 가사비송사건의 관할

가사소송법은 상속에 관한 가사비송사건은 일반적으로 상속 개시지의 가정법원이 관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가사소송법 제44조 제1항 제6호 참조). 폐기안도 “별표 2 제8호의 상속에 관한 사건은 상속 개시지의 가정법원이 관할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106조).

2) 상속재산 관리에 필요한 처분

상속재산 관리에 필요한 처분 사건의 관할법원은 상속권상실선고 사건이 계속 중일 때에는 그 가정법원이, 이 사건이 계속하고 있지 않을 때에는 상속개시지의 가정법원이 관할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신설).

3. 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

1) 자녀의 양육과 친권에 관한 사건의 관할

폐기안은 ①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혼인 중의 양육비 지급청구, 과거의 양육비 지급청구를 포함한다. 이하 이 절 및 제127조에서 같다)과 그 변경, 면접교섭권의 처분 또는 제한·배제·변경 사건(별표 3, 제2호가목), ②친권자의 지정과 변경 사건(별표 3, 제2호나목), ③친권자의 동의를 갈음하는 사건(별표 3, 제2호다목), ④친권의 상실, 일시 정지, 일시 정지에 대한 기간 연장, 일부 제한 및 그 실권 회복의 선고 사건(별표 3, 제2호라목)의 사건은 제112조에서 정한 가정법원 외에 사건 본인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도 관할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폐기안 제120조). 이는 미성년 자녀의 복리와 밀접한 관련(a significant connection)이 있는 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과 그 변경 사건 등에서 미성년 자녀의 양육과 보호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신설한 것이다. 이는 알기 쉽게 “다음 각 호의 사건은 사건 본인의 보통재판적 또는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이 관할한다.”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수정안).

2) 자녀의 양육과 친권에 관한 사건의 즉시항고권자

폐기안 제122조는 구체적 사건의 종류와 관계없이 “별표 3 제2호다목의 친권자의 동의를 갈음하는 재판 및 같은 호 라목의 친권의 상실, 일시 정지, 일시 정지에 대한 기간 연장, 일부 제한 및 그 실권 회복의 선고 또는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의 상실 및 그 실권 회복의 선고 결정에 대해서는 당사자 외에 「민법」 제925조에 규정된 사람도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는 현행 가사소송규칙 제103조를 구체적 검토 없이 가사소송법에서 계승한 것이다.

이와 같은 폐기안에 따르면, 자녀의 양육과 친권에 관한 모든 사건의 경우 자녀의 친족, 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만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된다. 결국 일정한 사건의 경우 자녀, 미성년후견인 또는 미성년후견감독인은 청구권자이면서도 즉시항고권자가 될 수 없게 되어 부당하다. 예를 들면, 미성년 자녀는 단독으로 친권상실 청구도 할 수 있지만(폐기안 제50조 제1항·제2항 제2호의 반대 해석), 실권회복 선고 결정에 대하여 단독으로 불복할 수 없다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다. 또한 본인 이외의 다른 청구권자가 실권회복 선고 결정을 청구한 경우에 청구가 기각된 결정이나 친권회복의 선고 결정청구에 대하여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만의 회복을 선고한 결정에 대하여 본인도 즉시항고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Ⅳ. 가사조정 및 이행확보 편

1. 가사조정

1) 민사조정법의 준용과 그 한계

가사조정에 관하여는 폐기안에서도 여전히 민사조정법을 준용하고 있다. 가사조정은 가사사건의 청구를 주된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사사건의 청구를 대상으로 하는 민사조정과 구별되며, 가사조정은 소송사건뿐만 아니라 비송사건도 그 적용대상으로 한다. 민사조정법의 개정에는 반드시 가사조정을 염두에 두고 개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민사조정법의 개정에 따라 가사조정절차가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가사조정절차에 관하여도 가사조정절차의 특색을 고려하여 가사비송절차와 마찬가지로 자기완결성을 갖도록 가사조정 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2) 조정의 대상

폐기안에서는 ①가족관계 가사소송사건 중 재판상 이혼 사건과 양자가 피성년후견인이 아닌 성년자인 경우의 재판상 파양 사건[별표 1, 제1호가목5)·나목12)], ②재산관계 가사소송사건(별표 1, 제2호), ③상대방이 있는 가사비송사건 중 ⅰ)부부의 권리 및 의무에 관한 사건(별표 3, 제1호), ⅱ)자녀의 양육에 관한 처분과 그 변경, 면접교섭권의 처분 또는 제한·배제·변경 사건(별표 3, 제2호가목), ⅲ)친권자의 지정과 변경 사건(별표 3, 제2호나목), ⅳ)부양에 관한 사건(별표 3, 제3호), ⅴ)상속에 관한 사건(별표 3, 제4호)만 조정 전치주의의 대상으로 규정하였다(폐기안 제127조 제1항 제1호부터 제7호까지).

3) 가사조정에서의 대표당사자와 진술원용 제한

폐기안은 가사비송에서 선정당사자 제도를 도입하고(폐기안 제51조), 그에 따라 조정절차에서도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사람 사이에서의 대표당사자제도를 도입하였다(폐기안 제126조 제1항). 또한 폐기안은 민사조정법 중 진술의 원용제한에 관한 규정(민사조정법 제23조)을 준용하지 아니한다는 가사소송법 제49조 단서 규정을 삭제하였다(폐기안 제126조 제1항). 그 결과 가사조정절차에서의 의견과 진술은 가사소송 또는 가사비송절차에서 원용하지 못한다(폐기안 제126조 제1항, 민사조정법 제23조).

그런데 폐기안은 소극적 입법형식을 취함으로써 이와 같은 제도의 도입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다. 알기 쉬운 법령이라는 관점에서는 준용배제 규정을 삭제하는 소극적 입법형식보다는 민사조정법의 내용과 다소 중복되더라도 이에 관하여 직접 규정하는 적극적 입법방식을 취하여야 할 것이다.

2. 이행확보

1) 사전처분의 집행력

폐기안에서는 사전처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사전처분은 집행력을 가진다고 정면으로 규정하였다(폐기안 제140조 제5항). 이로써 가사사건의 당사자 및 관계인의 이익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건이 정비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폐기안에서는 불복신청권자는 본안의 재판에 대하여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자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폐기안 제140조 제7항). 그런데 현행법과 폐기안에 따르면 사전처분 신청을 각하하거나 기각한 결정에 대하여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도 절차권 보장을 위하여 폐기안 제140조 제7항에 단서를 신설하여 “다만, 제1항의 신청을 각하하거나 기각한 결정에 대하여는 신청인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미성년 자녀 인도청구의 집행

폐기안에서는 미성년 자녀 인도청구의 집행에 관한 근거를 마련하였다(폐기안 제145조). 미성년 자녀 인도청구의 집행은 ①이행명령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제1호), ②이행명령의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제2호)에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집행법원의 허가를 받아 할 수 있다(폐기안 제145조 제2항).

미성년 자녀의 인도는 상대방의 협력을 요하는 절차이므로 먼저 이행명령(간접강제)을 통하여 상대방을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자발적인 이행을 유도하고(폐기안 제144조 제1항 제2호, 간접강제의 원칙), 예외적으로 이행명령 및 그 위반에 대한 제재의 실효성이 없는 경우와 이행명령의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이행명령 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미성년 자녀 인도청구의 집행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폐기안 제145조 제2항 제1호·제2호, 직접강제의 보충성).

폐기안에서는 인도청구 집행신청의 대상을 미성년 자녀로 확대하였다(폐기안 제145조 제2항). 이는 양육에 관한 처분 등에서 인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미성년 자녀이므로 유아가 아닌 미성년 자녀 인도집행과 관련하여 공백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미성년 자녀 인도집행 절차에서는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으므로 가정법원의 후견적 기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가정법원이 전문법원(a specialized court)으로서 집행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폐기안에서는 가사소송법에 따른 미성년 자녀 인도청구의 집행에서 집행법원은 가정법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폐기안 제145조 제1항).

Ⅴ. 맺는말

폐기안의 특징으로서는, ①체제의 정비, ②가사사건 분류체계 개편, ③흠결규정의 보충, ④절차보장의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밖에 폐기안에서는 의무불이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였다.

향후 가사소송법 개정작업을 할 때 특히 전부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개개의 나무만 살펴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숲을 조망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여 법안의 완성도를 한층 더높여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가사소송법이 전면개정되어 시대 상황에 적합하고 사법서비스의 이용자인 국민들이 알기 쉬운 가사사건절차의 기본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