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담

 Ⓠ 저는 얼마 전 제 명의 은행 예금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였다가 실패하였습니다. 알아보니 제가 아주 어릴 때 사망한 저의 아버지의 채권자 A씨가 제 통장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놓아 예금을 인출 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관해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아버지는 생전에 A씨에게 약속어음금 채무를 지고 있었고, 1993년 2월경 아버지가 사망한 이후 A씨가 어머니와 저를 상대로 약속어음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으며 1993년 12월경 결국 A씨가 승소 판결을 받아 그 무렵 해당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판결이 있은 뒤 A씨는 시효 연장을 위하여 10년 주기에 맞춰 두 차례 더 소를 제기하여 또다시 승소 판결을 받아 확정되었으며 공시송달로 진행되어 확정된 가장 최근의 판결에 따라 제 은행 예금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것입니다.

총 3차례의 판결 중 가장 최근의 판결을 제외하고는 당시 저는 미성년자였으며 가장 최근의 판결은 공시송달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3차례나 판결을 받는 동안 저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에 저는 지금이라도 특별한정승인 심판청구를 하고 공시송달로 진행된 가장 최근의 판결에 대해 청구이의의 소를 제기하려고 합니다. A씨가 제 예금을 압류 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저는 비로소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그로부터 3월 내에 특별한정승인 심판청구를 하려고 하는데 가능한 건가요?

Ⓐ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고, 나아가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이 불가능한 경우 미성년인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귀하가 직접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월의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1019조 제1항, 제3항의 각 기간은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기에 안정시켜 법적 불안 상태를 막기 위한 제척기간인 점,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법정대리인 제도와 민법 제1020조의 내용 및 취지 등을 종합하면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민법 제1019조 제3항이나 그 소급 적용에 관한 민법 부칙 제3항, 제4항에서 정한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 내에 알지 못하였는지'와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를 판단할 때에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2. 3. 15. 선고 2012다440 판결, 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2다15268 판결 등)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따라서 미성년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이 1998년 5월 27일 전에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모두 알았다면 위 민법 부칙 규정에 따라 그 상속인에게는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러한 상속인은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법정대리인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이 1998년 5월 27일 이후여서 상속인에게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적용되더라도 법정대리인이 위와 같이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안 날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에 관한 3월의 제척기간이 지나게 되면 그 상속인에 대해서는 기존의 단순승인의 법률관계가 그대로 확정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이후 상속인이 성년에 이르더라도 상속개시 있음과 상속채무 초과사실에 관하여 상속인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규정이 적용되고 제척기간이 별도로 기산되어야 함을 내세워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19다232918 전원합의체 판결)의 태도는 상속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상속인과 법정대리인 중 누구의 인식을 기준으로 특별한정승인 가부를 가려야 하는가 하는 쟁점에 관해서는 법정대리인의 인식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판례를 따른 것이며 이에 대해서는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이지만, 미성년 상속인이 성년이 된 후 본인 스스로의 인식을 기준으로 새롭게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다수의견은 허용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대의견은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즉 다수의견은 현행 민법 하에서는 이를 허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입법으로 미성년 상속인을 상속채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특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 것이고, 반대의견은 입법이 아닌 해석을 통해 미성년 상속인 구제를 도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 민법은 미성년자의 상속채무에 대한 책임을 미성년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가진 재산에 한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프랑스 민법은 미성년자인 상속인의 법정대리인은 한정승인만 가능하고 상속재산이 상속채무를 초과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만 법원의 허가를 얻어 단순승인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입법례를 참고하여 미성년 상속인을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입법적인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손명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