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_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립 56주년 기념 심포지엄

특집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립 56주년 기념 심포지엄

‘진짜 아빠를 두고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라고 하네요’

친생추정조항의 문제점 및 개정방향

지난 10월 18일 본소 강당에서 본소 창립 56주년 기념‘친생주정조항의 문제점 및 개정방향’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민법 제844조 친생추정조항이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 이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정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발표문과 토론문을 요약하여 게재한다

주제발표

친생자 추정과 가족관계등록절차의

개선방안

현 소 혜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I. 문제의 소재

민법 제844조 제1항에 따르면 “妻가 혼인 중 포태한 자는 夫의 子로 추정”된다. 또한 같은 조 제2항에 의해 “혼인성립일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일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 포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위 기간 내에 출생한 자는 그의 모(母)의 부(夫)의 자(子)로 추정된다. 객관적으로 계산 가능한 ‘기간’ 기준에 따라 형식적·획일적으로 父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률상 부와 실제의 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처가 혼인 중 포태한 것은 사실이나 그의 부(夫)의 자가 아닌 때, 가령 불륜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자를 출생한 때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경우에도 현행 민법 제844조는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법률상 배우자가 그 자(子)의 부(父)로 추정된다. 문제는 위와 같은 친생자추정은 매우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민법 제847조에서 정한 바에 따라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으면 이를 번복할 수 없다는데 있다.

친생자추정과 친생부인의 소 제도가 결합함으로써 친생자추정이 미치는 자로서는 친생부인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는 법률상 부자관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은 오로지 형식적 심사권한만을 갖고 있어 아무리 불륜관계에서 출생한 자라고 할지라도 친생부인 판결에 의해 법률상 부와 부자관계 없음이 확인되지 않는 이상, 가족관계등록공무원은 친생추정의 법리에 따라 그를 모의 부(夫)의 자로 기재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가족관계등록법’이라고 한다.) 제47조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한 때에도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결국 우리 가족관계등록 법제에 따르면 친생자추정이 미치는 자에 대해서는 일단 법률상 부(즉 母의 夫)의 자로 출생신고를 한 후 친생부인 판결을 받아 재차 혼인외 자녀로 출생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정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당사자들의 행복과 가정의 평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녀의 복리에 비추어 타당한지는 대단히 의문이다.

II. 문제점

여자가 혼인 중 제3자의 자(子, 이하 A라고 한다.)를 출산한 경우 가능한 선택지는 3가지이다. 첫째, 현재의 배우자와 함께 A를 양육하는 방법. 둘째, A의 생부와 함께 A를 양육하는 방법. 셋째, A의 양육을 포기하는 방법.

이 중 첫 번째 선택지를 택한다면 현행법상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 배우자의 친생자로 출생신고를 한 후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채 일정 기간이 도과(민법 제847조)하거나 배우자가 친생자임을 승인(민법 제852조)으로써 A는 법률상 부모와 안정적인 친자관계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A의 생부로서는 A에 대한 인지가능성이 봉쇄된다는 점에서 부당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생부의 ‘혈통을 알 권리’보다는 가정의 평화와 A의 복리라는 법익이 우선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친생자 추정과 친생부인의 소는 바로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반면 두 번째 및 세 번째 선택지를 택할 경우에는 법률적·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1. 생부와 함께 A를 양육하고자 하는 경우(두번째 방법)

모가 생부와 함께 A를 양육하고자 하는 경우, 일단 모는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하는 것이 순리이다. 그런데 모로서는 현재의 배우자와 이혼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는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를 한 사람으로서 유책배우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배우자가 이혼에 합의하거나 먼저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지 않는 이상, 모가 생부와 함께 A를 양육하기 위해 현재 배우자와 이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결과 많은 사안에서 모는 현재의 배우자와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내연남과 이른바 ‘중혼적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일단 A가 친생추정이 미치는 기간 내에 출생한 이상 A의 모는 법률상 배우자의 자로 출생신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내용의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는다.

(1) 모(母)의 기본권 침해

제3자의 자임이 명백한 경우에도 일단 법률상 배우자의 자로 출생신고하도록 하는 것은 허위 신고를 강제하는 것으로서 모의 양심의 자유에 반한다. (헌법 제19조). 게다가 허위의 출생신고를 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친자관계가 기재 또는 등록되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라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형법상 처벌되는 행위를 민법과 가족관계등록법이 강제하는 것은 전체 법체계의 통일과 조화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다.

(2) 법률상 부(父)의 기본권 침해

친생부인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법률상 배우자는 혈연관계에 있지 않은 자의 부로 법률상 추정되므로, 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단 법률상 친자관계의 외관이 형성되는 것을 감내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된 배우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그리고 헌법 제36조 소정의 혼인과 가족생활에 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

(3) 현실적 난점

출생신고와 동시에 A의 모가 A를 출산하였다는 사실이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공시되며, 무엇보다도 그의 부(夫)에게 노출된다. 사실상 이혼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우 배우자의 애정관계나 출산과 같은 내밀한 영역에 관한 정보가 법률상 배우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때로 이러한 결과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불륜사실을 알게 된 법률상 배우자로부터 폭행·협박을 당한다거나 형법상 간통죄로 고소당할 위험, 이혼 소송에서 불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가능성 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역의 경우, 즉 부(夫)가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제3자와의 사이에 자를 출산한 경우에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에도 반한다.

또한 일단 모의 부(夫)의 자로 출생신고를 한 후 친생부인 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을 거쳐 많은 비용과 노고를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A의 생부와 함께 A를 양육하고자 하는 모 중 적지 않은 수가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상 이혼 상태에서 A에 대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A를 양육하고 있는 상황이다.

2. A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세번째 방법에 의할 경우)

모가 현재의 법률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A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모는 대개 A를 입양보내는 방법을 취하였다. 종래에는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의한 입양’이 가능하였으나 2012년 8월 4일부터 시행된 새로운 「입양특례법」과,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민법」에 의해 입양허가제가 도입되었으므로, 이제 허위의 친생자 출생신고에 의한 입양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다. 결국 장래에는 A의 양육을 포기하는 경우에도 출생신고 및 친생부인 또는 출생신고 및 법률상 부의 입양동의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현행 친생추정을 둘러싼 법리는 첫 번째 유형에서만 법률적·현실적으로 유효적절하다. 그러나 내연남과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생한 후 현재의 배우자와 혼인생활을 계속하면서 평화롭게 그를 양육하는 경우의 수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과학기술의 발달로 친자관계 존부에 대한 정확하고도 신속한 감식이 가능해진 현대의 상황 하에서 오로지 가정의 평화·자의 복리를 위해 진실규명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요컨대 현행법상 친생추정의 법리는, 현재의 배우자가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용서하고,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는 자를 마치 친자와 같이 양육하고자 하는 의사를 가지고 있는 매우 소수의 사안에서만 적절하게 기능한다. 반면 다수를 점하고 있는 두 번째 및 세 번째 유형에서 현행법의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법률상 부를 위해서도, 모를 위해서도, 자 본인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위와 같은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자에 대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자는 그 법적 지위가 매우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법률상 부와 생부 누구에 대해서도 부양·상속 그 밖에 친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건강보험급여·각종의 사회보장급여·무상교육을 비롯하여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각종의 권리나 혜택도 누리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III. 대응방안(1)

: 민법 제844조 제2항의 개정?

1. 친생추정이 미치는 범위를 제안하는 방안

서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일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고도 바로 생부의 자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견해가 대립한다. ① 장기간의 별거·생사불명상태의 지속과 같이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외관설), ② 부(夫)의 생식불능이나 혈액형 배치와 같이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에는 언제나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혈연설) 및 ③ 처가 부(夫)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할 뿐만 아니라 부부가 이미 이혼한 경우와 같이 지켜야 할 가정의 평화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평화설)가 그것이다.

우리 판례는 이 중 외관설을 택하고 있다. 기왕에 판례의 취지가 그러하다면, 이를 입법화하여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법률상 친생자 추정을 제거함으로써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은 채 바로 혼인외 자로 출생신고 할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도 분명 한 방법일 것이다.

<외관설을 택한 경우 > 개정안 (1)

현행 민법

개정안(1)

제844조 [부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844조 [부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장기간에 걸친 별거 등 동서의 결여로 인해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안 (1)은 장기간의 별거·사실상 이혼 등 동서의 결여로 인해 처가 부의 자를 포태할 수 없음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친생자 추정을 배제하는 안이다. 그러나 법률상 부와 실제의 부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오로지 동서의 결여와 같이 외관상 명백한 사안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한 때에는 언제나 친생자 추정이 미치지 않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개정안(2)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혈연설을 택한 경우>

현행 민법

개정안(2)

제844조 [부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제844조 [부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처가 혼인 중 포태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른바 ‘평화설’을 택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독일 민법의 태도가 그러하다. 독일 민법에서도 친생추정조항을 두고 있으나 “자가 이혼소송의 계속 후에 출생하였고, 이혼판결 확정 후 1년 내에 제3자가 인지한 때”에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켜야 할 가정의 평화가 이미 파탄난 상황에서 자가 출생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부의 인지에 의해 자의 법적 지위가 공고해진 때에는 굳이 이혼한 배우자의 자로 친생추정할 아무런 법적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법률상 부에게 일단 부성을 귀속시킨 후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무의미한 절차의 낭비라고 본다.

2. 민법 제884조 제2항 개정의 한계

그런데 과연 위와 같은 개정을 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인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1) 윤리적 측면

혼인 중 출생한 자가 법률혼 배우자의 자가 아닐 수도 있음을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일부일처제의 이념에 반한다는 윤리적 저항이 있을 수 있다. 분쟁의 당사자들에게 다툴 수 있는 기회를 더 넓게 부여하는 것과, 민법이 혼인생활 외에서 출생한 자녀의 존재를 정면으로 인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 ‘제도로서의 혼인’, 특히 일부일처제의 유지와 부부간의 성에 대한 성실의무를 매우 중시하는 법감정이 살아 있다. 이러한 법감정 하에서 혼인 중 출생자에 대해 제3자의 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바로 인정하는 것은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2) 법리적 측면

혈연설의 명문화는 사실상 친생추정의 법리를 폐기하는 효과를 수반한다. “처가 혼인 중 포태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면, 출산과 동시에 자의 부(父)를 획일적으로 확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개정안(2)와 같이 규정할 경우 효력이 있는 친생부인의 소를 거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그리고 누구든지 자의 법적 지위를 다툴 수 있게 된다. 생물학적 부가 자유롭게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자의 지위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점, 따라서 결국 자의 복리에 해가 된다는 점에서 수인할 수 없다.

특히 위와 같은 내용의 입법을 할 경우 인공수정과 관련하여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혼인 중인 부부가 AID(Artificial Insemination by Donor) 방식의 인공수정을 할 경우 “처가 혼인 중 포태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하기 때문에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와 법률상 부 사이에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혈연설에 따른 개정은, 먼저 생부의 ‘혈통을 알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을 선결과제로 한다.

IV. 대응방안(2) : 가족관계등록절차의 개선?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 도입 가능성

아마도 현재 우리 법상 가장 간이한 해결책은,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는 것일 것이다. 부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처로서는 부(父)가 아닌 자를 부(父)로 기재해 달라는 허위의 출생신고를 하는 것을 피할 수 있고, 부(夫)로서는 자신의 자(子)가 아닌 자가 자(子)로 기재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둘째, 일단 부 미정의 출생신고를 한 후 모가 자를 상대로 하여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민법 제847조). 반드시 법률상 부를 피고로 삼을 필요가 없으므로, 모의 불륜과 출산 같은 사생활을 노출시키지 않은 채 친자관계를 정리할 수 있다. 셋째, 법률상 부가 소재불명·연락 두절 등으로 인해 절차에 협력할 수 없는 경우 또는 그 협력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생모가 자율적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넷째, 친생추정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가족관계등록부에 진실한 혈연관계에 따른 친자관계를 기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신분공시 제도 및 자의 복리에 가장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가족관계등록법에 다음과 같은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3)

<신설>

제48조의 [부 미정의 출생신고] ① 전2조에 따라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신고서에 부의 성명ㆍ본ㆍ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미정으로 기재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출생신고가 있을 때에는 친생부인 또는 부를 정하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등록부를 작성하여서는 안 된다.

토론문

‘친생자 추정과 가족관계등록절차의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문

박 종 택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2. 부의 친생자의 추정(민법 제844조) 규정의 개정 방안

가. 부의 친생자의 추정(민법 제844조) 규정은 존치 필요

자녀 출생 시 자녀의 법적 지위(상속권, 부양청구권 등)를 신속히 확정하고(자의 복리), 가정의 평화 유지 등을 위해 원칙적으로 친생추정 규정은 유지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나. 친생추정에 대한 제한 규정의 신설 필요

민법 개정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이 양립 불가능하여 선택을 하여야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실체법인 민법의 ‘법원에 의한 부의 결정제도(제845조)’를 근거로 절차법인 가족관계등록법 제48조 제1항(민법 제845조에 따라 법원이 부를 정하여야 할 때에는 출생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 및 가족관계등록예규 제90호(부 미정의 출생신고가 있는 경우의 처리)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발표자의 주장과 같은 절차법인 가족관계등록법에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는 실체법인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에 친생추정 제한 규정을 발표자의 개정안(2)와 같이 신설하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3. 친생부인의 소(민법 제846조, 제847조) 규정의 개정 방안

가. 현행 민법 및 대법원 판례의 태도

대법원이 민법을 개정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해석론으로 친생자추정에 관한 제한과 관련하여 제한설 중 외관설을 취하여 ‘동서의 결여’와 같은 외관상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자로 추정을 받지 아니하는 자녀로 보아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다고 하였고, 그 결과 여자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아이를 출산한 경우 선택 가능한 3가지 중 위 ①의 경우(현재의 배우자와 함께 자녀를 양육하는 방법)에도 생부나 이해관계인이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를 통하여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자의 복리 및 가정의 평화 유지를 위한 친생추정 규정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기도 합니다.

나. 친생부인의 소 규정의 개정 방안

실체법상으로 민법에 친생추정에 대한 제한 규정을 신설하고, 절차법상으로 가족관계등록법에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할 경우, 그 규정에 따라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를 이용한 경우에는 친생추정은 오로지 친생부인의 소로만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친생부인 판결이 확정된 경우 혼인외 자 또는 생부의 자로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작성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 후 친자관계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에 반해 위와 같은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전에 출생신고를 한 경우에는 대법원 판례와 같이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로 문제를 해결하고, 위와 같은 민법 및 가족관계등록법 개정 후에도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를 이용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친생부인의 소로만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경과규정이나 민법 제847조에 규정하는 방식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4. 가족관계등록법의 개정 방안

이렇게 할 경우 발표자의 개정안(2)와 같이 민법의 친생추정 규정을 개정하되, 가족관계등록법 제47조 및 제48조를 그대로 두고, 발표자의 개정안(3)을 가족관계등록법 제48조의2로 신설하되, “[부 미정의 출생신고] ① 민법 제844조 제2항 단서의 경우 및 민법 제845조에 따라 출생신고를 할 때에는 신고서에 부의 성명·본·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미정으로 기재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출생신고가 있을 때에는 친생부인 또는 부를 정하는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등록부를 작성하여서는 아니된다.”로 규정하는 방안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토론문

친생자 추정과 가족관계등록절차의

개선방안 토론문

이 명 숙

변호사

2. 친생추정(민법 제 844조) 규정에 대하여

출생과 동시에 자녀가 안정된 법적 지위를 갖는 것이 자의 복리를 위하여 매우 중요한 점, 아무도 다투지 않는 경우에도 父性을 형성하기 위하여 특별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생추정 규정(제844조)은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발표자의 기본적인 입장에는 동의하나, 민법 제844조 제1항 민법 제844조 제1항 “妻가 혼인 중 포태한 자는 夫의 子로 추정”된다는 규정은 “妻가 혼인 중 출산한 자는 夫의 子로 추정”으로 개정하고, 같은 조 제2항 “혼인성립일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일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 포태한 것으로 추정” 규정은 삭제함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 규정이 삭제된다면, 이혼 직전에 부부관계를 가진 경우 스스로 임신여부를 확인한 후 이혼신고기간을 뒤로 미루든가 혹은 일단 이혼을 하고 이혼 후 자녀가 출생하게 되면 인지 절차를 밟을 것인지 여부를 본인이 선택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3. 친생부인(민법 제846조, 제847조) 규정에 대하여

발표자)

제844조 [부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처가 혼인 중 포태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안)

제844조 [부의 친생자의 추정] ①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

다만, 처가 혼인 중 출산(포태)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

처가 혼인 중 포태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할 뿐 아니라, 인지청구나 기타 유전자검사나 DNA검사 등을 통하여 자(子)의 부(父)임이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굳이 ‘부(父) 미정의 출생신고 제도’에 기하여 신고를 한 뒤 소송을 통하여 부(父)를 정하는 판결을 거친 뒤에서야 부(父)를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자의 복리나 처(妻), 처의 법률상 부(夫), 생부(生父) 모두의 정서적인 안정이나 정의감, 소송경제, 현대과학의 발전 등을 감안할 때 부적절해 보이며, 혼인 중일지라도 부(父)가 누구인지 명확히 증명할 수 있다면 곧 바로 생부로 출생신고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이에 따른 가족관계등록법 등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처가 혼인 중 출산한 자가 부(夫)의 자가 아님이 명백한 경우’를 어떤 기준과 근거로 인정함으로써 진실을 담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와 관련법 개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토론문

‘친생자 추정과 가족관계등록절차의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문

이 은 정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성 추정이 ‘법률혼 보호’ 그 자체에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출생과 동시에 자녀에게 안정된 법적 지위를 보장하려는 ‘자의 복리’를 위한 것이라면, 혼인 중에 반드시 ‘포태’하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혼인 중에 출생한 경우는 포태여부와 관계없이 ‘모의 夫’의 자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혼인해소 후 300일 이내에 태어난 자녀의 경우 전남편의 子로 추정하는 것이 오히려 경험칙에 반하므로 모의 ‘혼외자’ 또는 재혼한 모의 ‘출산 당시의 남편의 자’로 추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미 사실상 파탄된 혼인에서 부부간의 성에 대한 성실의무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친자관계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생부의 자로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자의 복리’나 부성 추정의 입법취지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또한 우리법에서는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생부자녀와 생부에게도 친생부인의 제소권을 인정하여야한다.

사례발표

김 주 영

가명, 여, 30대 후반

2002년 국제결혼을 하여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불행했습니다. 전 남편은 생활비조차 벌지 못했고 술만 마시면 술주정을 하고 욕설을 퍼붓곤 했습니다. 임신 2개월때 전남편의 폭력으로 이마가 찢어졌고 평생 마음과 이마에 상처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남편의 폭력과 욕설을 당하면서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임신중독이 와 출산 후 오른쪽 눈도 거의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폭언과 구박은 심해지고 아이 분유 값이 없는데도 현금서비스를 받아 주식을 사곤 했습니다. 한국 실정에 어두운 제가 미용실에 취직하여 번 돈도 전남편의 신용카드 채무를 갚는데 써야했습니다. 저는 전남편과 살면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 받아야할 대우 한번 받아 본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생각해서라도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살다간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지옥이 따로 없었습니다. 우울증이 와 하루에도 수십 번 죽을 생각만 했습니다. 결국 저는 2007년 5월에 집을 나와 이모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3년이 지난 후 전 남편은 2010년 3월에 가출신고를 했고, 저도 수차례 전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이혼 말만 하면 회피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2010년 4월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전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기 때문에 남자가 두렵고 무섭기만 했었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열게 해준 사람이 지금의 남편입니다. 자상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에 만나면서 2010년 12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11년 7월 아이를 낳았습니다. 임신 후 지금까지 아이 아빠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과 아이가 태어나 더 행복하고 살맛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혼 전 아이가 태어난 것이 그렇게 큰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이 출산 후 구청에 출생신고를 하러 갔더니 전남편의 자식으로 올려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전남편과는 2012년 5월에 재판으로 힘들게 이혼하였고 지금 남편과 2012년 6월에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전남편이 된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더니 소송을 도와주겠다고 하였지만 남편은 우선은 전남편의 자식으로 올려야 한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반대하였고, 저는 전남편이 제가 별거 중 출산한 사실을 알게 되면 벌이게 될 보복이 두려워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출생신고를 늦추어 할 수도 없고 걱정만 하다가 아이의 출생신고를 15개월째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한테 이렇게 큰 피해가 갈 줄은 몰랐습니다. 하루하루 커가는 아이를 보면서 미안하고 힘들고 괴로워서 눈물만 납니다. 남편에게도 미안해 눈치만 보고 살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아이의 교육입니다 아이가 유치원도 가야하고 학교도 가야하는데 하루 빨리 바로 잡고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이제는 마음껏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