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인쇄[우먼타임스] 2007년 5월 5일~11일 제316호
기존의 호적제도를 대체할 새 신분등록제가 확정됐다. 2005년 3월 호주제 폐지 결정 이후 신분등록 관장 기관을 둘러싼 갈등으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어 오다, 마침내 지난 4월 27일 ‘가족관계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국회에 상정되어 있던 대법원, 법무부, 민주노동당 등 3개 법안을 국회 법사위가 절충한 안이다.
이 법안이 시행되는 2008년 1월부터는 목적별 증명서를 통해 필요한 정보만을 증명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가족 전체의 신분사항이 한꺼번에 기재되어 있어 개인 정보가 쉽게 노출되었으나, 앞으로는 기본증명, 혼인증명, 입양증명, 가족증명 등 목적별로 개별 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증명서 교부 신청은 원칙적으로 본인과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만이 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또 현재 호주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호적부 대신 개인별 신분등록부에 출생과 혼인, 사망 등의 변동 사항을 기록해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가족관계 등록 사무 관장을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어 온 법무부와 대법원 중 대법원이 관련 사무를 관장하도록 했다.
대신 국적 변동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국적 업무 관장 기관인 법무부 장관이 국적 변동자의 등록기준지 시·구·읍·면장에게 통보해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종전의 호적사무의 법적 성격이 국가사무임에도 불구하고 자치사무로 되어 있어 지자체의 적자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 업무를 국가사무로 전환하고 사무 처리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기로 했다.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은 “호주제를 기반으로 한 호적제도를 대신할 법안이 의결됨으로써 우리 민법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 평등, 부부 평등을 향한 진정한 첫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며 “새 법안이 시행되는 2008년부터는 평등한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편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여전히 호주제와 본적제의 폐해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적을 대신하는 ‘등록준거지’를 도입해 유명무실하고 가부장 중심인 본적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 지난 2004년부터 목적별 신분증명제 입법화를 위한 활동을 펼쳐온 ‘목적별 신분등록법 제정을 위한 공동행동’(51개 시민단체로 구성)과 민주노동당은 “이번 법률안은 개인별 신분증명제라는 기본 원칙이 무색하게 법률 명칭부터 ‘가족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해 호적법의 아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후 법안 모니터링과 의견 개진을 통해 미완의 개혁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채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