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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사람에게 ‘가족’이란 무엇입니까. 폭 넓게 보아 사람은 누구나 가족 안에서 태어나 살다 죽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이 처음 만나는 사회가 가족이고 가족이란 마치 물이나 공기와 같이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의 하나입니다.
이 가족의 형태나 가치관 등은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달라져 왔습니다. 농경제 사회의 대가족 제도나 산업화 시대의 핵가족 그리고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은 모두 당대의 경제적, 문화적 산물인 것입니다. 이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함의와 가치관은 때로 개인의 삶의 형태나 가치관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 들어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문제적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가족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겼습니다. 전 시대까지 가족을 둘러싼 많은 문제는 거의 사적영역에서 해결가능 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여성문제 전반, 산업화의 그늘 그리고 현대 사회의 소외와 관련하여 그 문제의 일단을 보여주는 청소년, 노인들의 문제까지 생각해보면 가족문제는 더 이상 가정이라는 담 안에서 해결할 수도 없고 해결해서도 안 되는 사회적 사안이 되었습니다.
농경시대 대가족 제도와 그에 기반한 가부장제 아래서 노인은 집안의 어른이자, 삶의 선험자로서 공경의 대상이었으며,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자연스레 공동육아가 이루어질 수 있었고, 어려운 처지의 친척이나 이웃이 생겨도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는 말이 나타내듯 이렇게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세, 네 식구가 사는 아파트라는 보편화된 주거환경에서는 숟가락을 하나 더 놓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모릅니다. 이것은 좋다, 나쁘다 판단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이렇게 달라진 것이고 삶의 형태와 사람들의 생각 또한 그에 맞추어 변화했을 따름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변화된 상황에서 과거 농경제 사회의 가치관을 유독 여성, 가족관계에서만 여전히 강요하는 현실이며 이 현실이 오늘 가족문제를 둘러싼 모든 갈? 樗?중심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산업화 사회,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노인 등 우리 앞에 놓인 현안을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육, 아동, 청소년, 노인복지 등은 당연히 사회의 정책적 과제가 되어야 하며 양성평등의 관점이 우리 가정의 식탁에서까지 구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는 가족문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 복지 정책을 개발하고 제공하는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경우 그간 가족문제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정책을 마련하는데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가족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집행하는 행정 기관이 없었으며, 몇몇 부처에서 그 부처의 특성에 맞추어 가족 정책을 산발적으로 다루는데 머물러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기존의 가족정책은 저소득층 중심의 사회복지 서비스로 집행 대상이 제한되어 왔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가족문 는 사적영역에 방치되어 왔고 예방정책의 부재를 필연적으로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여전히 육아, 교육, 가사, 부모 돌봄 등 가족문제 전반이 여성에게 맡겨져 있는 불평등한 상황이 시사하는 바를 놓쳐서는 안 되며 이러한 상황 임에도 불구하고 여성가족부가 존폐의 대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실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요구됩니다.
가족정책은 어느 부처에 부수적으로 포함하여 추진하기에는 그 대상 영역이 광범위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가족정책을 전체적 관점에서 양성평등하게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전담부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