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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 곽배희)는 서울가정법원,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및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상담위탁 보호처분 및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2009년 한 해 동안 상담을 한 가정폭력행위자 66명에 대한 상담 통계를 분석, 발표하였다. 법원의 상담위탁 보호처분 대상자는 6개월간(평균 60시간), 검찰의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대상자는 각 10시간 ~ 40시간의 상담을 받았다.
2009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가정폭력 행위자 상담 통계는 가정폭력행위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 폭력행사 원인 등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가정폭력 상담의 방향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가정폭력 중에서 부부폭력이 대부분
남편에 의한 아내폭력이 69.8%로 가장 많고, 아내의 맞대응으로 인한 상호폭력 15.1%, 자녀폭력 15.1%로 증가추세
40대가 62.3%로 가장 높아
분석결과, 남성이 56명(84.8%), 여성이 10명(15.2%)을 차지하였고, 연령별로는 40대(56.1%, 37명)→50대(28.8%, 19명)→30대(10.6%, 7명) 순으로 많았다. 교육정도별로는 고졸(43.9%, 29명)→전문대졸 이상(24.2%, 16명)→중졸(18.2%, 12명) 순으로 나타났다. 직업별로는 자영업(25.7%, 17명)→회사원(24.2%, 16명) 순으로 많았다. 경제상태별로는 월수입이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27.3%, 18명)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2006년도 이후 사실혼 부부의 폭력비율 및 재혼부부의 폭력비율 3-4배 증가
10년 이상 20년 미만의 결혼생활에서 발생한 폭력비율이 34.8%로 가장 높아
10년 미만의 결혼생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증가추세
행위자와 피해자의 혼인관계를 보면, 법률혼인 경우가 83.3%(55명)로 가장 많았고, 사실혼 부부인 경우는 9.1%(6명)을 차지하였다. 사실혼 부부의 비율은 2006년도에 비해 4배 가까이 증가한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2006년도 13.3%(8명), 2007년도 6.7%(6명), 2008년도 7.5%(4명)). 이러한 경향은 법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실혼 부부 관계에서 갈등해결의 수단으로 폭력이 더 쉽게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혼인형태를 보면, 남녀 모두 초혼인 경우가 68.2%(45명)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어느 한쪽이 재혼이거나 모두 재혼인 경우도 24.3%(16명)을 차지하였다. 재혼부부 비율 역시 2006년도에 3배 가까이 증가한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2006년도 33.3%(20명), 2007년도 23.3%(21명), 2008년도 22.7%(12명)), 최근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가족형태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혼인기간은 10년 이상 20년 미만 동거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34.8%, 23명). 이 시기는 가족생활주기로 살펴보았을 때 자녀양육이 주관심사가 되는 시기이며 부부관계가 가장 소원해지는 시점으로 결혼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최하점에 도달하는 기간이다. 따라서 대화 또는 취미생활 공유를 통해 부부관계를 재정립하지 못했을 때 갈등이 발생하면 폭력이 행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2008년도와 비교하였을 때, 1년 이상 5년 미만의 동거기간에서 폭력이 발생한 경우(2008년도, 15.1%(8명)→2009년도, 19.7%(13명)) 및 5년 이상 10년 미만의 동거기간에서 폭력이 발생한 경우(2008년도, 5.7%(3명)→2009년도, 10.6%(7명))가 1.5~2배 가까이 증가하였는데, 상대적으로 혼인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부부의 경우 갈등이 생겼을 때 인내하고 극복하기보다는 폭력을 사용하여 한쪽 배우자를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편의 폭력에 아내가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상호폭력이 발생하는 비율 증가추세
자녀폭력 비율 15.1%로 2008년도에 비해 1.5배 아상 증가
폭력유형별로 살펴보면, 남편에 의한 아내폭력이 69.8%(46명)로 가장 많아 가정폭력 중에서 부부폭력, 특히 아내폭력이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남편의 폭력에 대하여 아내가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상호폭력이 발생한 경우는 15.1%(10명)로 2007년 이후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2007년도 7.8%(7명), 2008년도 15.1%(8명)). 과거 남편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당하고 있는 모습과는 달리, 최근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방어를 위한 맞대응을 하고 공권력의 개입을 통해 가해자에게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등 폭력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편, 자녀폭력은 15.1%(10명)로 나타나 2007년도 8.9%(8명), 2008년도 9.5%(5명)보다 1.5배 이상 증가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최근 가정법원에서 상담위탁되거나 검찰청에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된 사례들 중에서 가정폭력 행위자들이 사회적 관계 또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미해결된 스트레스를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골프채 등으로 때리거나, 칼이나 가위 등으로 위협하거나 다치게 하는 흉기 사용 증가추세
폭력행사 원인 : 부부간 불신 → 음주 → 경제갈등 →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차이 순
부부간 불신의 경우 33.3%로 2007년 30.1%, 2008년 25.6%와 비교하였을 때 다소 증가
행위자의 폭력정도가 점차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몽둥이, 골프채 등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물건을 사용하여 심한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12.1%(8명)로 나타났고, 칼이나 가위 등으로 위협하거나 다치게 한 경우도 19.7%(1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폭력 행사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부부간 불신(33.3%, 36건), 음주(23.1%, 25건), 경제갈등(21.3%, 23건),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차이(13.9%, 15건) 순으로 나타났다(중복응답 가능 항목임).
첫째, 폭력행사의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부부간 불신이었다(33.3%, 36건)(2000년 11.2%, 9건/2001년 11.1%, 7건/2002년 6.2%, 5건/2003년 12.3%, 12건/2004년 3.2%, 3건/2005년 12%, 9건/2006년 14%, 12건/2007년 30.1%, 49건/2008년 25.6%, 22건). 2005년도 이후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남편의 외도 경험이 아내로 하여금 남편을 불신하게 만들어 부부갈등이 증폭되면서 남편이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많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확대되면서 남편이 아내를 불신하게 되고 폭력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둘째, 다음으로 폭력행사의 주요인이 된 음주의 경우(23.1%, 25건), 2000년대에 들어 꾸준히 폭력행사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2000년 12.4%, 10건/2001년 12.7%, 8건/2002년 6.2%, 5건/2003년 12.4%, 12건/2004년 12.7%, 12건/2005년 6.7%, 5건/2006년 25.6%, 22건/2007년 23.3%, 38건/2008년 11.6%, 10건), 특히 2006년도에는 폭력행사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다. 술은 인지 능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주변상황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폭력을 사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가정폭력 행위자들은 배우자를 통제하기 위하여 술을 마시고 폭력을 함으로써 폭력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행사의 원인 중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경제갈등이었다(21.3%, 23건). 2008년 시작된 경제위기를 반영하는 듯, 배우자의 실직, 빚 등으로 인한 가정경제의 빈곤이 증가하였다. 경제불황으로 인한 무력감과 경제활동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정불화로 이어져 갈등이 증폭되면서 폭력사용에까지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부간 경제상황을 투명하게 하지 않는데서 오는 불신, 아내와 자녀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경제적 통제를 가하는 것 등이 경제갈등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
넷째, 폭력행사의 원인 중 네 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가부장적 사고 등 성격차이였다(13.9%, 15건). 나와 배우자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할 때 배우자를 비난하고 무시하면서 폭력적인 대화, 특히 신체적인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성격이 다르다’는 갈등표현의 이면에는 가부장적 사고에 길들여진 남편들과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내와의 사이에 문화적,정서적 차이가 존재하고 있어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바로 가족구성원들 간에 불평등한 관계를 조성하고 가정폭력을 심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 초 순종하고 매사 남편 말에 따르던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남편 말에 순종하지 않고 가정보다는 사회생활이나 자신의 인생을 더 중요시 한다는 불만도 갈등의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변화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남성들은 가정 내에서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권력(힘)을 사용하여 배우자를 통제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담종료 이후 50%가 화해. 동거
상담 종료 이후의 부부관계를 살펴보면, 부부가 서로 화해하고 동거하는 경우가 50%(33명)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집에서 살더라도 냉담하거나 무늬만 부부인채로 사는 경우도 있다.
이는 행위자의 폭력행위가 점차 극단화되고 있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생명의 위협을 가할 만한 흉기를 이용하여 폭력이 행사되었을 때, 피해자는 심리적 충격으로 인해 심한 무기력에 빠지고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실하여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경우도 있고, 행위자를 더욱 자극하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부부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본 상담소의 심층상담과 정신과 치료, 부부상담 등 다양한 상담프로그램의 개입으로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으나, 짧으면 10시간에서 길면 6개월의 상담을 통해서 부부관계가 호전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결혼생활 동안 폭력을 당해오면서 정서적으로 행위자에게 의존되어 있는 경향이 있으며 자녀양육 등의 이유로 이혼이나 별거를 통해 혼인생활을 정리하기보다는, 같은 공간에서 살기는 하지만 각방을 쓰거나 필요상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의 추세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