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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처음입니다.
저는 평생 가정폭력 속에서 살았습니다. 최근에는 폭행만이 가정폭력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다수더군요. 부모의 싸움이 정서적 폭력에 해당되고, 금전적인 압박 또한 학대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 학교나 학원 출석을 통제하는 것도요.
제가 기억하는 가정폭력의 시작은 7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친부입니다.
친부는 매번 고함을 쳤고, 효자손, 몽둥이 등을 이용하여 사람을 두들겨 패거나 위협용으로 썼습니다.
제가 조금만 말을 듣지 않으면 훈육하겠다며 '몽둥이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이를 거부하거나 겁에 질려 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더 크게 고함을 쳐 공포감을 주고는 했습니다.
집안에서는 이게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훈육을 빙자한 학대였죠. 저는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몸무게가 30kg이었습니다. 키는 자연스럽게 자라지 않았고, 항상 마르고 작았지요. 밥을 굶기지는 않았으나 제가 먹는 것을 거부했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밥 세 숟가락을 먹고 배부르다며 일어났어요. 중학교 2학년인가, 겨우 키가 커 가며 대사량이 늘었고, 고등학생 때에 간신히 정상체중을 찾았지만 식욕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도 모릅니다.
중학생 때는 동생이 놀래켜서 욕을 했다는 이유로 집에 와 있는 친구들 앞에서 뺨을 맞을 뻔했고,
틈만 나면 학교에 가기만 해 봐라,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한다, 학교에서 뭘 배운 거냐, 학원도 가지 마라, 가면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본인의 사회적 위치가 있으니 딸을 죽도록 팰 수는 없었던 것이겠죠.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누적된 것이 저에게 우울증을 가져왔습니다. 저는 14살 때부터 죽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반항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탈을 하거나, 비딱선을 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걸 좋아하고, 핸드폰으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가끔 DMB로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고, DMB의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자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아이였습니다.
다만 핸드폰을 제한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것이 친부의 일과였는데, 저는 밤중에 몰래 제출했던 핸드폰을 가져와 DMB를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걸렸습니다. 2015년인가 2016년인가... 고등학교 1학년, 아마 2학기 중간고사가 오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여름이었고요. 이때 저는 학교 오르막에서 넘어져 발목의 인대가 끊어졌던 상태였고, 따라서 저항하기는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평범한 잠옷 티셔츠에 학교 반바지 체육복을 잠옷처럼 입고 지냈습니다. 집에서요.
밤에 몰래 나가서 핸드폰을 가져와 보고 있었고, 친부가 그걸 발견해서 화를 내며 압수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통제하는 대사를 했죠.
학교에서 뭘 배운 거냐. 학교 다녀서 소용이 없다.
학교도 그만두고 학원도 그만 둬라.
내일 학교에 가기만 해 봐라.
다리를 부순다는 식으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우선 위 세 문장은 확실합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열이 받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학교는 갈 거라고...
대체 뭐가 기분을 나쁘게 했을까요?
학생이 학교를 가겠다는 말이 그렇게 기분이 나빴을까요?
현관 중문 옆에 나무보관함 같은 게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어머니 양산이 있었어요.
손잡이가 플라스틱인 양산이었는데, 그걸 들고 움직이지 못하는 제 머리를 연거푸 내리쳤습니다.
아직도 그때 꿈을 꿉니다. 눈앞으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머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던 순간이요. 이불이며 베개며 벽에 내리칠 때마다 피가 튀었습니다. 저는 비명도 못 질렀어요. 살려달라고도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소란에 깼고, 머리를 다친 절 보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친부는 신고가 접수된 뒤 엄마에게 신고를 취하하라 했습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자신은 감옥에 간다고요. - 그게 감옥에 갈 죄라는 건 알고 있었던 것 같네요.
엄마가 신고를 취하했습니다. 그때 말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아마 지금 기록이 남아있을 지는 모르겠네요.
"딸애 머리에서 피가 났는데 이제 피가 멎었어요. 우리가 병원에 데려가겠습니다. 출동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친부의 차를 타고 응급실에 갔습니다. 죄책감인지 뭔지, 제가 내려서 홀로 걸을 수 있는데도 업으라고 윽박질렀죠.
저는 더 맞기 싫어서 업혔고요.
업힌 채, 목이며 얼굴이 피범벅이 되고 다리는 부러진 저를 보고 의료진(좋은강안병원 응급실)들은 가정폭력이라고 의심했던 것 같습니다. "보호자님 나가시라고요" 하는 목소리가 그렇게 든든했죠. 저는 그때 계속 떨고 있었습니다.
의료진이 물었습니다. 누가 이랬냐고. 사실대로 말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때 저는 엄마가 한 말이 떠올랐어요. 아빠랑 살아야 이 정도 삶 (외제차와 넓은 집)을 유지할 수 있다고...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그래서 억지로 웃으며 거짓말을 말했습니다. 넘어져서, 욕실 손잡이에 머리를 박았다고... 거짓말인 게 티가 났을 겁니다.
MRI를 찍는 내내도 떨었습니다. 너무 춥고 무서웠으니까요. 3센치 넘게 찢어진 머리였는데, 상처를 처치하느라 그 부분을 잘라내서 땜빵이 생겼던 것도 기억합니다.
그때 이후로 제게 습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자해는 무섭고, 자살도 무서우니, 명찰의 옷핀 바늘로 손가락을 찌르는 거였습니다. 손끝을 찔러 피가 나는 걸 보면서 안정감을 찾았고, 공황증상이 시작됐습니다. 긴장하거나 성인 남성의 고함소리를 듣거나, 누군가 머리를 맞는 장면이 매체에서 등장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고 온 몸이 차게 식었습니다.
그때를 마지막으로 성인이 된 지금까지 친부는 제게 손을 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재작년인가, 그때까지는 싸우기만 하면 엄마에게 으름장 놓듯, 너희 모녀를 전부 죽여버리겠다는 말도 했었지요.
저는 친부와 산 24년 간 정신적으로 폐인이 됐습니다.
공황장애와 공황발작으로 자신감 넘치고 토론을 좋아하던 성격은 사라졌고, 우울증과 자살 사고로 끊임없이 피폐해지다 이제야 겨우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게 되면서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그래도 저는 친부와 한 집에 살고 있고, 그 자가 제게 저지른 일을 곱씹으며 '그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어서 제 피를 전부 뽑아버리면 그 사람의 피가 사라져버릴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친부의 비위를 맞추며 웃으며 지내는 지금, 속으로는 친부가 어딘가에서 죽어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매일매일 기도할 만큼, 친부에게 가진 가족의 정이라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길게 그간의 사정을 털어놓은 것은 제 처지가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만큼 심각하지 않아서입니다.
남들이 보면 부러울 가정입니다. 금전적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
부모님은 이혼하지 않았고, 신체적인 폭력은 고등학교 1학년의 사건 이후로 멈추었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동생의 대학 때문에, 친부를 고발할 수 없어서 경찰 기록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마 불렀더라도 단순 '훈육'이나 '가정 불화'라고 말하겠네요.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까요.
저는 차라리 제가 죽을 만큼 맞는 삶이었으면 했습니다. 그러다 진짜로 죽으면 좋고, 그렇지 않다면 어머니가 이혼을 결심하기라도 했을까봐요. 저는 평생 저 외의 가족들을 위해 제 피해사실을 숨기고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풍족한 삶을 내가 망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제 존재를 용서할 수가 없어서, 제 이름에 남은 친부의 흔적이 평생, 제가 죽을 때까지, 성인이 되어 독립하고서도 저를 따라다닐 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고 증오스럽습니다. 친부를 죽여 없애더라도 저는 그 사람의 성을 달고 살아야겠지요.
정신적인 피해에 공감하길 바라며, 처지를 길게 설명했습니다.
1. 제가 가진 것은 정신과 기록 뿐입니다. 이렇다할 증거가 없습니다. 때리며 괴롭히지 않았고 성인이 된 지금은 폭언도 폭력도 저지르지 않아서, 증거를 수집할 수도 없고요. 고교 친구들의 증언 정도는 가능하겠네요. 그 친구들에게는 가족 사정을 털어놓았으니까요.
다만 친부가 저지른 일이 정신병이 되어 저를 좀먹고 있습니다. 성을 바꾸는 것은 제 복리를 위해서이고, 너무나도 간절합니다. 이게 제 유일한 희망입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죽을 만큼 간절합니다.
2. 부모는 이혼하지 않은 가정입니다. 저는 친부를 언제나 친부라고 부르고, 그 사람 정도로 뭉뚱그리거나 아예 이름으로 칭합니다. 가족에 대한 정이 없습니다.
친가와는 교류가 거의 없고, 그들을 친척이라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저에게 가족과 사촌은 오로지 외가입니다. 공범이든 방관자든 어머니가 제 가족이고, 저는 언제나 머릿속으로 제가 어머니의 성씨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 주변의 혼란도 없습니다. 저는 예명이 있고 (어머니 성씨입니다.), 업무에도 예명을 씁니다. 언제나 예명으로 활동하기에 일할 때에는 이렇게 불립니다.
제 정신병과 우울을 이해해 주는 이들이 몇 없기에 인간관계도 좁습니다. 친구들은 저를 김씨로 이해해줍니다. 제가 가족 사정을 털어놓아서요.
이렇듯 저는 사회적으로 어머니의 성씨를 사용할 일이 더 많고, 친부의 이름은 신원 증명에만 사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친부에게는 금전적으로 손 벌리고 있지 않으며 저는 한 집에 살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입고 쓰고 먹는 것까지 경제적으로는 완전히 독립했습니다.
거기다 제가 갖고 있는 친부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그가 끼친 피해, 성본이 바뀌어야만 제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을 듯한 느낌까지... 성이 바뀌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치는데 제가 이 이름을 그대로 갖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 만일 친부가 동의하고, 동의서가 있다면 제 성본 변경이 가능할지요.
시도라도 해보고 싶습니다. 마지막 희망입니다.
홀로 진행하기 막막하고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라도 여쭙니다.
민법 제781조 제6항은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위 조항에 정한 “자의 복리를 위하여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기준 및 방법에 관하여 “자의 나이와 성숙도를 감안하여 자 또는 친권자·양육자의 의사를 고려하되, 먼저 자의 성·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에 내부적으로 가족 사이의 정서적 통합에 방해가 되고 대외적으로 가족 구성원에 관련된 편견이나 오해 등으로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하고, 다음으로 성·본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에 초래되는 정체성의 혼란이나 자와 성·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부나 형제자매 등과의 유대 관계의 단절 및 부양의 중단 등으로 인하여 겪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를 심리한 다음, 자의 입장에서 위 두 가지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형량하여 자의 행복과 이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자의 주관적·개인적인 선호의 정도를 넘어 자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 등 성·본 변경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성·본 변경을 허가함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9. 12. 11.자 2009스23 결정, 대법원 2010. 3. 3.자 2009스133 결정, 대법원 2022. 3. 31.자 2021스3 결정 각 참조).
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여 청구서를 작성하시되, 귀하가 성과 본의 변경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 귀하의 성과 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와 이루어질 경우 각 불이익의 정도를 비교하여 성과 본 변경이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의 불이익이 더 크다는 점을 주장해 보십시오. 특히 귀하가 이미 사회적으로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고 있어 성과 본을 바꾼다고 하여도 사회생활에서 겪게 되는 불이익이 없거나 미미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이미 어머니의 성을 사용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이를 입증자료로 제출해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귀하가 성과 본의 변경 청구를 함에 있어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되어 있지 않음을 주장하시고, 이에 대한 입증을 위하여 범죄경력과 신용정보를 조회한 자료를 제출하여야 할 것입니다.
성과 본 변경 허가 청구가 접수되면 재판부는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합니다. 부, 모 및 귀하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데 친부가 성과 본 변경에 동의하는지 여부는 귀하의 청구를 인용하는데 고려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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