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상담실
인쇄
모든 것이 순리대로 잘 될 거시라 굳게 믿고 13년 동안 손자의 부모노릇을 하며
얼마 전 중학교 배정원서까지 아이몰래 작성해서 제출한 조모입니다.
손자는 제 아들이 20살때 잠깐 만난 연상의 여자친구가 낳은 아이입니다.
아들은 그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군에 입대를 했고
훈련병 시절에 헤어진 전 여친의 임신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20살의 아들은 혼란스러움 가운데 위태위태한 군생활을 이어갔지만
무사히 제대를 했으나 그 동안 여자친구는 아이를 낳았고
혹시나 아들이 전 여친를 다시 받아들일 수도 있으리란 생각에
엄마인 저는 태어난 아이와 전여친을 나름대로 잘 챙겨주느라 애썼습니다.
그러나 아들은 제대후에도 여전히 여친도 아이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전여친은 아이를 저에게 맡기고 가 버렸고,
(1년은 아이를 키웠습니다. 제대를 기다리느라, 희망을 가진 채...)
우리는 성심껏 손자의 부모노릇을 하며 여태껏 아이를 열심히 키워왔습니다.
다행히 우리 가족과 절친외엔 누구도 아이가 우리의 늦둥이이지 손자인 걸 모른채
아이는 무사히 다복한 가정안에서 아빠를 형아로, 고모들을 누나라 생각하며 잘 자랐습니다.
아들이 나이가 들고 손자가 자라는 걸 보면 마음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못했죠.
미혼부이긴 하지만, 요즘은 크게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고
다행히 손자가 아주 원만하게 잘 자라니, 둘의 사이가 좋으면 나중에 손자가 알더라도
충격이 최소화 될 것이라는 생각을 달고 지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아이가 13살이 되어 중학교 배정원서를 적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들은 20살 시절보다 나은 듯 하면서도 여전히 그 엄청난 무게감을 감당하지 못하는 듯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마음은 늘 사막처럼 황량하고 거칠고... 외롭고
부모, 특히 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차,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없습니다.
친권자 서류가 필요할 때마다 우리는 기억이 상기되어 괴로와하는 아들의 트라우마를 목격해야만 합니다.
친권을 포기하게 해 달라고 애원합니다.
본인의 선택이 아니었노라고, 손자를 앞으로도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손자도 이제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무척 예민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형아는 왜 자신에게 항상 까칠할까,를 어릴 때는 몰랐는데 자라면서 계속 생각한 것 같습니다.
주변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우리 집은 가족이 많다고 자랑하며 지내는데
이 사실들이 알려지면 아이가 어떤 충격을 받을지 저는 상상조차 힘듭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손자를 우리의 자녀로 입양할 방법은 없는지
너무나 간절하게 알고 싶고 원합니다.
예전에 비슷한 사례를 보았는데
저희도 그 때 아는 변호사님께, 법률에 의뢰를 해 본적도 있습니다.
명쾌한 답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지금도 법은 여전한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직접 이렇게 문을 두드려 봅니다.
좋은 답안을 부탁드립니다. (_)
귀하께서는 현재 미성년자인 손주에 대해서 입양하는 것을 관할 가정법원에 신청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입양이라는 것은 미성년자 복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귀하의 경우처럼 조부모가 손주를 입양하는 신청을 할 경우, 법원은 그 허가에 있어서
조부모가 단순 양육을 넘어서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는지,
입양의 주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 양속적으로 양육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밖의 다른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친생부모가 입양동의를 했는지, 입양동의가 자발적이고 확정적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조부모에게 양육능력 및 양부모로서의 적합성이 있는지를 살피게 되어있습니다.
그밖에도 필요한 경우 가사조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여부 및 교류 관계 등을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사피고,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 및 형량하여
개별적 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하여야 합니다.
또한 손자녀의 의사도 중요하여 13세 이상이라면 손자의 의사도 청취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가정법원에서 위에 기재한 여러가지 사안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여 입양 허가를 결정할 것입니다.
귀하의 경우와 유사한 사안으로 대법원 2021.12.23.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